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서 1인 16역 소화…"정신적·감정적 도전"
"같은 대본에서 출발했지만, 매번 다른 결과물 꽃피우는 작품"
김신록 "연극 속 인물 16명의 가장 가슴 뛰는 순간 연기하죠"
"이 작품에서는 등장인물 저마다의 심장이 가장 빠르게 뛰는 순간을 만날 수 있어요.

객석에 앉은 여러분의 심장도 뛰고 있음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
1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에는 각자의 리듬으로 박동하는 수많은 심장이 등장한다.

차가운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청년의 심장, 장기이식수술을 받게 됐다는 연락을 접한 환자의 심장은 서로 다른 이유로 빠르게 뛴다.

무대에서 홀로 인물 16명을 연기하는 배우 김신록의 심장도 쉴 틈 없이 에너지를 뿜어낸다.

지난 22일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난 김신록은 "수많은 존재의 우글거리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며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접속이 잘 되는 날이면 체력을 소모해도 또 다른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신록 "연극 속 인물 16명의 가장 가슴 뛰는 순간 연기하죠"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뇌사 판정을 받은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51세 여성 끌레르의 몸에 이식되기까지 과정을 24시간 동안 따라가는 작품이다.

김신록은 작품의 서술자 역할을 맡는 동시에 심장 이식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부터 시몽의 가족과 여자친구 등 모든 등장인물을 연기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퇴장하는 순간 없이 줄거리를 이끌기에 매 공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배우에게 도전이 되는 일"이라며 "배우가 무대 위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할 힘을 갖춰야 하는데, 그 힘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죽기 살기로 연습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몸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 작품에 출연한 경험이 있지만 여전히 작품에 파고 들어갈 지점이 많아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대사 하나하나가 가진 에너지에 집중하며 항상 살아있는 공연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김신록은 "제가 말하는 단어들이 대사로 조합되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연습할 때 생각했던 공연의 흐름이 바뀌기도 한다"며 "그럴 때마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바뀐 흐름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공연도 할 때마다 달라지지만, 배우마다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도 전부 다르다"며 "같은 대본에서 출발한 공연이 매번 다른 결과물을 꽃피운다는 점이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김신록 "연극 속 인물 16명의 가장 가슴 뛰는 순간 연기하죠"
김신록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연극배우라면 무대에 설 수 있는 몸을 늘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2004년 연극 무대에 데뷔한 그는 매년 꾸준히 무대에 서며 '비평가', '마우스피스' 등에 출연했다.

그러나 드라마 출연이 이어진 지난해 연극 무대를 거르면서 무대 감각을 잃어버렸다.

그는 "사실 재출연이라서 이번 작품이 좀 수월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정반대였다"며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몸을 회복하기까지 어렵고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매년 무대에 설 수 없더라도 감각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신록은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무대 감각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작품이자 끊임없는 영감을 일으키는 작품이라고 했다.

"작품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에게 '70살이 넘어서도 이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는데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작품에서 계속 새로운 발견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됩니다.

"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다음 달 10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계속된다.

김신록 "연극 속 인물 16명의 가장 가슴 뛰는 순간 연기하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