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매혹한 고양이…'전지적 고양이 시점'
[신간] 인문학을 하는 이유…'사어사전'
▲ 사어사전 = 마크 포사이스 지음. 김태권 옮김.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건 이제 더는 쓸모가 없는, 옛사람이 건네는 말을 세이공청(洗耳恭聽)하겠다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영국 작가이자 언론인인 마크 포사이스가 신간 '사어사전'에서 소개하는 단어들을 읽어 내려가는 행위도 쓸모없다는 점에서 지극히 인문학적이다.

예컨대 '우트키어러'(uhtceare)란 말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계속 책을 읽어 내려가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책을 덮어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만약 계속 읽기로 결정했다면 우트키어러가 '동트기 전 깨어나 심란해하며 누워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옛말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책은 더는 쓰이지 않는 사어(死語)들을 모았다.

자정이란 의미의 '불스 눈'(bull's noon), 깊은 밤에 깨어있는 자들이란 뜻의 '리크노비테스'(lychnobites) 등 다양한 단어들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책을 소개하며 "너무 아름다워 오래 살지 못한 말, 너무 재미있어 진지하지 못한 말, 너무 적확해 널리 쓰이지 못한 말, 너무 저속해 점잖은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 말, 너무 시적이라 요즘 같은 산문의 시대에 버티지 못한 말을 담았다"고 했다.

비아북. 312쪽.
[신간] 인문학을 하는 이유…'사어사전'
▲ 전지적 고양이 시점 = 세라 브라운 지음. 고현석 옮김.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중세. 고양이에게도 고난이 닥쳤다.

마녀들의 사악한 조력자, 즉 '사역마'(使役魔)로 몰리면서다.

교황 그레고리 9세는 1233년 '라마의 통곡 소리'라는 교서를 발표해 모든 고양이를 박멸하라고 지시했다.

13~17세기, 유럽 전역에서 고양이는 무자비하게 학살당했다.

영국 고양이 행동과학자인 저자가 고양이와 인류의 오랜 관계부터 시작해 고양이의 특성을 살펴본 책이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전광석화 같은 몸짓과 놀라운 탄력을 지닌 고양이는 야생의 거친 사냥꾼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면서 둘의 공생이 시작됐다.

고양이는 마을에서 언제든 먹이를 구할 수 있고, 인간은 고양이 덕에 쥐를 내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는 이집트에서 미라가 되어 신에게 바쳐졌고, 영국에선 흑사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학살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질곡의 세월을 거친 끝에 살아남은 고양이는 인간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저자는 고양이가 주변의 일에 무심하다는 편견과 달리 관찰력이 뛰어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소개한다.

또한 수다스럽게 움직이는 꼬리와 쫑긋거리는 귀, 부드러운 야옹 소리와 사랑이 담긴 몸 비비기는 모두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하며 새로 개발한 '언어'라고 설명한다.

메디치미디어. 35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