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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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ARM 실적발표 후 3영업일 93.4% 급등
'타임폴리오글로벌AI액티브' 5% 보유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2월 7일 실적발표 후 3영업일 만에 93.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일부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실적발표 전 대비 58.1% 높은 수준이다. 1990년에 설립된 ARM은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반도체 제조기업으로부터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로열티와 라이선스 수수료만으로 매출을 일으킨다. 매출 총이익률이 96% 이상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Application Processor) 부문에서는 99% 이상의 독점적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인수했고 현재도 85% 수준의 직접·간접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9월 NVIDIA의 인수 시도가 있었으나 반독점 규제로 무산됐다. 지난해 9월엔 나스닥에 상장했다.

실적 발표의 핵심은 ARM의 차세대 아키텍처(Architecture: 설계) 'ArmV9'의 급부상이다. ArmV9은 기존 CPU(중앙처리장치) 아키텍처인 ArmV8보다 고도화된 연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AI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 인텔 아키텍처(x86)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으며 ARM에 기존 아키텍처 대비 두 배의 로열티 수익을 벌어다주고 있다. 업계는 ArmV9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개별 디바이스의 자체 AI 탑재, 이른바 ‘온 디바이스 AI(On Device AI)’의 확산이 ARM에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I가 클라우드와 디바이스에 탑재되면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HBM 반도체 등 고효율의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했다. 이처럼 두뇌에 해당하는 CPU와 그 설계도 고도화되어야 하고 그 중심에 ARM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포트폴리오에 4% 이상의 ARM을 보유한 ETF는 많지 않다. 미국에 상장된 ‘First Trust IPOX Europe Equity Opps(FPXE)’, ‘First Trust International Eq Opps(FPXI)’, ‘Renaissance IPO(IPO)’ ETF와 국내 상장된 ‘TIMEFOLIO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ETF 4종이 전부다. 미국에 상장된 3종의 ETF는 상장 이후의 기업들에 일정 기간 투자하는 Post IPO ETF로 다양한 업종의 종목들이 포함돼 있어 ARM을 투자하는 의도에 적합하지 않다. AI 또는 반도체 설계라는 투자 목적에 적합한 ETF는 ‘TIMEFOLIO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가 유일하다.
[마켓PRO] 반도체 두뇌 ARM 담은 ETF는?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NVIDIA 20.96%, 마이크로소프트 6.38%, 메타 5.28%, Super Micro Computer 5.26%, ARM Holdings 4.89% 순으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인공지능 밸류체인 전반의 핵심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반도체 IP 라이선스와 로열티로 매출을 올리고 있어 한국의 ARM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에도 1.96% 투자하고 있다. 단, 액티브 ETF이기 때문에 차익실현 또는 저가 매수로 비중의 변화는 언제든 있을 수 있다.

ARM의 밸류에이션은 PER(주가수익비율)은 81배, PBR(주가순자산비율) 26배로 높은 수준이다. 또 Qualcomm(퀄컴)과 로열티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산업에 녹아들고 있는 AI 생태계를 보면 ARM의 성장은 이제 시작 단계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빅테크의 대명사 매그니피센트7 내에서도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선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서비스의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제2의 NVIDIA를 찾는 노력들도 활발하다. GPU뿐만 아니라 CPU 통합패키지로 시장 공략을 시작한 NVIDIA도 ARM의 CPU 설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RM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