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0일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순서로 습식 저장조가 포화된다”며 “최악의 경우 원전 발전을 멈춰야 할 수도 있는 만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방폐장) 확보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황 사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탈원전을 하든 친원전을 하든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필수 과제”라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국내 원전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오는 5월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황 사장은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새 국회에서 처음부터 논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최소 1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사용후 핵연료가 가득 차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발전소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만큼 고준위 특별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만은 2016년 11월 사용후 핵연료 저장 시설이 꽉 차 궈성 1호기를 반 년가량 멈춰 세운 바 있다.

황 사장은 “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 1만8600t을 포함해 (추가 건설 원전을 포함해) 총 32기의 총발생량 4만4692t의 처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임시방편으로 한수원이 고준위 방폐장 건설 방침이 확정되기 전까지 원전 부지 안에 고준위 폐기물 건식 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원만히 추진되려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황 사장은 “핀란드는 2001년 처분부지를 신청해 내년 고준위 방폐장 운영을 시작한다”며 “원전 상위 10개국(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한국 캐나다 인도 우크라이나 일본 영국) 중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유럽연합(EU) 택소노미(분류체계)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확보에 관한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유럽 원전 수출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