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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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2월 20일 오후 2시 58분

LG디스플레이가 추진하는 중국 광저우 공장 매각이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BOE,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의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이 공장은 LG디스플레이의 마지막 남은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생산 설비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LG디스플레이는 LG반도체 시절부터 27년간 이어진 LCD 부문을 정리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사업 모델을 완전히 탈바꿈하게 된다.

中 업체 4~5곳 관심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BOE, CSOT와 재무적 투자자(FI) 등 4~5곳으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았다. BOE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회사이며 CSOT는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공장을 인수해 덩치를 키워온 회사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상반기 인수 후보를 선정할 방침이다. 매각 대금은 1조원대 중후반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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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 공장은 LG디스플레이의 첫 해외 생산기지로 2014년 가동을 시작했다. 약 4조원이 투입됐다. 현재 GP1과 GP2 두 개 라인을 통해 총 30만 장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프리미엄 LCD에 적용되는 광시야각(IPS) 관련 기술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광저우 공장은 LG전자와 삼성전자, 소니, 중국 현지 업체 등 10위권 TV 업체를 모두 고객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 인수 후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이상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권을 지켰다. 하지만 2018년부터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자국 보조금을 등에 업고 급부상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기업과의 출혈 경쟁이 벌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 수익성은 점차 악화했다. 한때 LG디스플레이와 글로벌 양대 패널 생산업체로 군림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익성 악화로 2020년 LCD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부터 국내 LCD 설비 가동률을 줄였지만, 중국 생산은 계속 유지했다. 삼성 측에 LCD TV 패널을 공급하는 등 프리미엄 LCD의 명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2021년 재택근무 확대로 LCD 패널 수요가 늘면서 회사는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올리는 등 반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패널 가격이 다시 급락하며 2022년 2조850억원, 지난해 2조5102억원의 적자를 냈다. 결국 광저우 공장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OLED로의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

OLED 사업 전환 가속

광저우 공장 매각 대금은 LG디스플레이가 새 먹거리로 육성 중인 중소형 OLED 사업을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OLED 사업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하고, 올해 1월엔 6억달러 규모 신디케이트론을 일으켜 투자금을 마련했다. 1조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 중이다.

8.6세대 정보기술(IT) 기기용 OLED를 위한 설비 투자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6세대는 디스플레이 유리원판(원장) 크기가 기존 6세대 대비 두 배가량 커 생산 효율성이 높다. 애플 아이패드 등 주요 글로벌 고객의 IT 기기 패널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