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비응급 수술 지연·연기…일부선 외래환자 진료·예약도 차질
장기화 시 환자 불편 불가피…"정부와 의료계가 원만히 해결 했으면"

"오늘은 예약대로 진료받으러 오긴 했는데 앞으로 제때 진료를 못 받을까 봐 불안하죠."
"아직은 괜찮은데 앞으로가 걱정"…전공의 공백에 불안한 환자들
필수 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난 첫날인 20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 A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알레르기질환을 앓고 있는 A씨는 "이따금 상태가 매우 안 좋아질 때가 있는데 필요한 때에 진료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하다"며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의료계가 원만하게 해결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전날까지 소속 전공의 192명 중 117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해당 병원 전체 의사 수는 930여 명으로, '의료대란'까지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실제 입원환자들은 이날 오전 회진 등에서 전공의 업무 공백으로 인한 특이점은 느끼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폐암으로 입원 중인 80대 B씨는 "오전 회진이 평소랑 다르게 돌아가는 점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교수님과 간호사들이 정해진 시간에 정상적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다만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외래 환자를 중심으로 환자들의 불편은 커질 전망이다.

전문의들이 주로 전공의가 담당하던 입원 환자 관리 업무 등에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외래환자를 볼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진료과에서 외래 진료 가능 요일과 시간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은 괜찮은데 앞으로가 걱정"…전공의 공백에 불안한 환자들
수술 일정도 일부 지연되고 있다.

병원은 전날부터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수술에 대해 환자 측에 연락해 일정을 연기하는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인력이 줄어듦에 따라 비교적 응급이 아닌 수술의 경우 일정을 연기하는 것을 환자 측에 권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지연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아주대병원 외래 진료과 풍경도 비슷했다.

외래 진료실 대기석에서는 진료과별로 적게는 20여명, 많게는 50여명의 환자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 평일 오전 시간대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아주대병원에서는 전날 오후까지 전공의 225명 중 13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의 경우 치과를 제외한 의사 인원이 총 650여명으로, 이 중 약 20%가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병원 측은 이날 오전 실질적으로 근무를 중단한 전공의의 수를 집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용인시에서 온 조모(84) 씨는 "혈관외과 정기 진료를 받기 위해 예약 날짜에 맞춰 왔는데 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 사직과 관련해 별다른 안내를 받은 적은 없다"며 "아직 평소와 다른 점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환자실과 수술실 앞에서 대기 중인 면회객들도 당장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체감되지는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정형외과를 비롯한 일부 진료과는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신규 외래 진료 예약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이들 병원의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천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복지부는 20일 오전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상태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