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부탄은 中 국경마을 논란 경시…인도는 주시"
중국, 부탄과 국경 분쟁 지역서 정착촌 계속 확장
중국이 히말라야 소국 부탄과의 국경 분쟁 지역에서 정착촌을 확장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티베트공상연맹은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을 통해 작년 12월 28일 18명의 중국 주민이 히말라야 외딴 마을인 타말룽에 신축된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진을 올렸다.

이들은 각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형 초상화를 들고 있었고 그 뒤에는 이주를 환영하는 중국어와 티베트어로 적힌 붉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SCMP는 "중국과 부탄 간 오랜 국경 분쟁 지역 내에 위치한 타말룽 마을은 중국이 해당 분쟁 지역 내 건설한 최소 3개의 정착촌 중 하나"라며 "티베트자치구 당국은 지난해 국경 마을의 급속한 확장을 주도했고 그중 타말룽 마을은 작년 하반기 두배로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18명의 이주 7일 전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Maxar)가 촬영한 위성 사진에는 신축 가옥 147채가 찍혔다고 덧붙였다.

타말룽 마을 확장 계획은 2022년 말 기준 70가구, 200명에서 235가구를 추가하는 것으로 설계됐다고 중국 매체들은 보도했다.

이는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한 중국 국가 주도 빈곤 완화 계획의 일환이지만 국가안보 강화를 위한 '요새 역할'도 겸하는 것이라고 현지 관리들은 밝혔다.

타말룽을 관리하는 로자그현의 작년 빈곤 완화 자금 보고서에 따르면 로자그현은 타말룽의 인프라 구축에 2천600만위안(약 48억원)을 투입해 하천 제방, 교각, 도로포장 강화 등에 썼다.

타말룽의 동쪽에 위치한 또다른 국경 마을인 걀라푸그도 지난해 약 16㎢ 지역에 150여 가구와 공산당 지역센터,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며 두배로 커졌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2007년 전기, 수도 시설도 없이 단 두 가구로 세워진 걀라푸그는 2016∼2018년 시 주석의 빈곤 완화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범 마을로 개발됐다.

지난해 티베트자치구 당국은 관할 다른 지역에서 국경지역으로 이주하는 이들에게 1만2천800위안(약 237만원)의 이주 장려금을 제공했다.

로자그현을 관할하는 샨난시 정부는 방위 팀의 규모를 늘리고 군·민 간 협력 심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문 국경 주민' 시범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영매체들은 이민 경찰과 마을 지도자들이 중국 국기를 들고 다니면서 나무와 바위에 '중국'이라는 글자를 쓰거나 중국 국기를 꽂으면서 이미 국경을 순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부탄은 지금까지 이들 국경 마을이 야기하는 논란에 대해 경시해왔지만 부탄의 가장 긴밀한 파트너인 인도는 약 495㎢에 달하는 해당 국경 분쟁 지역의 개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만8천여㎢에 넓이에 인구 77만명의 부탄은 중국과 인도를 이웃으로 두고 있다.

부탄은 히말라야산맥 북부와 서부에서 중국과 국경선이 획정되지 않아 분쟁을 겪고 있다.

인도도 중국과 국경 분쟁 중이다.

부탄은 1949년 인도와 우호조약을 맺은 뒤 사실상 인도의 보호국이 됐다.

이후 중국이 1950년 티베트를 강제 병합하는 것을 목격한 뒤 인도에 더 밀착하게 됐다.

반면 부탄은 아직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과 국경 문제 관련 협상을 1984년부터 진행해왔고 1998년에는 국경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피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지난해 8월 베이징에서 열린 부탄과 중국 간 13차 전문가 회담에서 양국 관리들이 국경을 표시하기 위한 공동 기술팀을 구축하는 등 지난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국경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

작년 10월에는 양국 외교부가 7년 만에 국경 회담을 개최했다.

작년 3월 로테이 체링 당시 부탄 총리는 벨기에 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국경 정착촌들이 부탄 영토 내에 건설되지 않았으며 부탄 정부는 그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부탄이 국경 분쟁을 해결할 3단계 로드맵을 거의 끝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3단계 로드맵은 지도에 국경 표시, 해당 표시지역 방문, 합의한 국경 공식 선언으로 구성된다.

부탄은 지난달 총선을 통해 정권이 교체됐지만 신임 체링 토브가이 총리가 기존 입장을 크게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싱가포르국립대 아미트 란잔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SCMP에 "부탄은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인도의 이익을 해치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탄은 인도에 정치, 경제적으로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인도 신문 '힌두'의 사설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중국과 부탄 간 국경 문제 해결 가능성과 수교에 대해 매우 경계하고 있다.

SCMP는 "중국 외교부는 티베트 당국이 국경 마을 건설에 앞서 협의했는지, 해당 마을들이 국경 협상에 해가 될지 답을 하지 않았다"며 "부탄 외교부도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