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아시아 대기질 공동 조사' 본격 시작…양국 첨단장비 총동원
NASA '공중 실험실'이 수도권 상공 1㎞ 아래서 '초저공 항공관측'
겨울철 대기오염 원인 규명 시 '책임론' 이어질 듯
대기오염 원인 파악 위해 '지상에서 우주까지' 샅샅이 훑는다
겨울철 대기오염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손잡고 동아시아를 '지상에서 우주까지' 샅샅이 훑는다.

한국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9일부터 '아시아 대기질 공동 조사'(ASIA-AQ)를 본격적으로 수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두 기관 역량이 총동원된다.

또한 두 기관뿐 아니라 국립기상과학원과 고려대·연세대·한국외대·프린스턴대 등 국내외 40여개 기관과 50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한다.

겨울철 대기오염물질의 주범을 중국발 초미세먼지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번 조사에서 원인이 발표되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 8년만 공동조사…아시아로 조사 범위 대폭 확대
대기오염 원인 파악 위해 '지상에서 우주까지' 샅샅이 훑는다
ASIA-AQ는 과학원과 NASA가 2016년 진행한 '한미 대기질 국제 공동 조사'(KORUS-AQ)의 후속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앤드루 헤럽 주한미국대사관 경제공사참사관은 16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ASIA-AQ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작년 방한했을 때 밝힌 '한미동맹의 확장'에 해당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SIA-AQ와 KORUS-AQ 간 가장 큰 차이는 조사 시점이다.

KORUS-AQ는 5~6월에 실시돼 대기오염이 심하지 않을 때 수행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ASIA-AQ는 연중 대기오염이 제일 심한 2~3월에 진행된다.

두 번째 차이는 조사 범위로 KORUS-AQ는 한반도만이 대상이었지만 ASIA-AQ는 이름대로 사실상 동아시아 전역이 대상이다.

ASIA-AQ에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참여한다.

대기오염물질은 국경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ASIA-AQ를 통해 한국 겨울철 대기오염 원인이 제대로 규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의 대기질을 관측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은 한국이 2020년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에 환경위성(GEMS)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GEMS 관측범위는 동서로는 일본에서 인도까지, 남북으로는 몽골 남부에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까지 22개국 대기질을 관측할 수 있다.

ASIA-AQ 기간에는 일주일에 8차례 아시아 대기질을 관측한다.

GEMS를 비롯해 과학원과 NASA가 보유한 첨단장비가 ASIA-AQ에 동원된다.

GEMS가 고도 3만6천㎞ 정지궤도에서 대기질을 관측한다면 지상 대기질은 경기권대기환경연구소·백령도대기환경연구소·고려대 등 지상관측소와 NASA가 '하늘을 나는 실험실'이라고 부르는 DC-8이 측정한다.

대기오염 원인 파악 위해 '지상에서 우주까지' 샅샅이 훑는다
13t의 관측장비와 45명의 승무원을 싣고 최대 12시간까지 비행할 수 있는 DC-8은 최근 필리핀과 대만에서 항공관측을 마치고 19일부터 26일까지 우리나라 상공을 초저공 비행하면서 관측을 수행할 예정이다.

DC-8은 고도 2천피트(약 0.6㎞) 이내로 비행할 예정이다.

과학원 관계자는 "항공기가 착륙을 위해 공항에 접근할 때 수준으로 서울 등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개 제트엔진이 달린 48m의 대형기가 초저공 비행 시 시민이 놀랄 가능성도 있어 비행경로 근처 주민에게는 안내 문자를 발송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1969년 제작돼 1985년부터 NASA에서 활약한 DC-8은 ASIA-AQ 임무를 수행한 뒤 퇴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DC-8과 GEMS 사이에서는 NASA의 걸프스트림 비행기가 고도 10㎞ 지점에서 고해상도 원격 관측을 수행해 대기질을 파악할 예정이다.

또 국립기상과학원 관측기와 관측선은 서해상을 중심으로 온실가스를 측정한다.

관측기와 관측선 경로를 일치시켜 온실가스 연직분포를 파악할 계획이다.

'지상에서 우주까지' 관측으로 사람이 코로 들이마시는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의 양부터 대기 중 전체 오염물질의 양까지 모두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오염 원인 파악 위해 '지상에서 우주까지' 샅샅이 훑는다
◇ 대기오염 현황·원인 파악…세계 첫 정지궤도 환경위성 성능 검증
ASIA-AQ의 첫째 목표는 대기오염 현황과 원인의 파악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지난 몇 년간 국민과 정부의 노력으로 '고(高)오염'의 시기는 지났지만 '중(中)오염'의 시기가 지속되고 있다"라면서 "대기질 측정을 위한 대규모 캠페인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대기오염물질 유입경로를 알아내는 것도 주요한 목표다.

장 연구관은 "오염물질이 가스로 오는지, 에어로졸로 유입되는지, 대기 상층으로 오는지, 하층으로 들어오는지 여전히 논의가 많다"라고 말했다.

GEMS의 관측값 '검증'도 ASIA-AQ의 목표 중 하나다.

위성 관측값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관측값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지상관측으로 확인해야 한다.

ASIA-AQ는 GEMS와 대기오염 예측 모델들 성능을 검증하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책임론으로 이어질 '대기오염물질 기원 파악'
대기오염 원인 파악 위해 '지상에서 우주까지' 샅샅이 훑는다
이번 공동조사의 결과는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대기오염물질의 기원이 밝혀지면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앞서 2016년 KORUS-AQ에서는 서울(송파구 올림픽공원) 초미세먼지(PM2.5)는 52%는 국내에서, 48%는 국외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중국발 초미세먼지'는 34%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는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중국 책임론'만 앞세워 국내에서 감축 노력은 게을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KORUS-AQ 이후 8년간의 대기오염물질·온실가스 감축 정책·노력의 성과도 ASIA-AQ에서 확인될 전망인데, 이 역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NASA의 ASIA-AQ 책임자인 배리 래퍼 박사는 "(한국은)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목표를 설정해 이행한 것으로 안다"라면서 "ASIA-AQ에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ASA는 ASIA-AQ에서 확보된 자료를 검증이 완료되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공개할 방침이다.

과학원과 NASA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동으로 논문과 정책입안자용 예비종합보고서, 최종보고서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기오염에 대한 과학적 해석이 담길 예비종합보고서는 내년 나올 전망이다.

대기오염 원인 파악 위해 '지상에서 우주까지' 샅샅이 훑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