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한 카카오 4형제…'저PBR' 끝물에 본격 랠리?
추락을 거듭하던 '카카오 4형제(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가 다시 날아 올랐다.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데다 최근 낙폭과대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주가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적 부진 탈출한 '카카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7.83% 상승한 5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일 거래량은 1012만1434주로 올 들어 최대 규모였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668억6962만원, 756억 1504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카카오의 강세에 그룹주도 장초반 일제히 상승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게임즈는 각각 1.24%, 0.60% 상승 마감했다.

호실적이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카카오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사상 최대인 8조1058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편입 효과를 제외하고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4.8% 증가한 1950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실적발표에서 "카카오톡 서비스 개편으로 광고와 커머스 수익성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주주환원도 긍정적이다. 카카오는 전날 이사회에서 267억4000만원 규모 배당과 함께 자사주 196만6496주 소각을 결의했다.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그간 낙폭이 컸던 성장주로 매수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인터넷 등 성장주로 순환매 가능성이 커졌다"며 "단기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업종은 반등을 노리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봤다. 카카오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시세조종 혐의 등 사법 리스크로 그룹주 전체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는 장중 3만73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4형제' 추가 반등 있을까

한때 국민주로 통하던 '카카오 4형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손실을 봤다. NH투자증권 통계에 따르면 13일 기준 카카오의 손실투자자 비율은 93.55%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역시 각각 88.51%, 94.08%다. 특히 카카오게임즈는 손실투자자 비율이 99.93%로 카카오 그룹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주요 그룹사 CEO를 교체하는 등 경영 쇄신에 나서면서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에 대해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15곳 중 12곳이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증권사 13곳 가운데 3곳이 목표가를 높였다. 카카오와 카카오뱅크의 목표가를 낮춘 증권사는 없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우호적인 환경에 더해 이익 반등 시그널이 확인된다"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브레인 등 비주력 사업구조 재편과 구조조정 시행 효과가 상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게임즈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교보증권은 카카오페이 목표가를 13.04% 낮췄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대신증권(-30.30%), 하이투자증권(-12.12%) 등 5곳이 목표가를 내렸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에 대해 "신작에 대한 선구안은 경영 쇄신만으로는 쉽게 확보하기 어렵다"며 "현 시점의 신작 라인업으로는 2025년에서야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