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오피스 개발사업 공사 현장. 사진=한경DB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오피스 개발사업 공사 현장. 사진=한경DB
최근 건설 부동산 업계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금융권까지 영향을 받을 정도가 되니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건설 현장이 부실 사업장으로 내몰리며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잘 운영되던 현장이 부실 사업장으로 전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사업성 부족입니다. 처음부터 사업성이 부족했던 것은 아닙니다. 디벨로퍼나 건설회사 등이 토지를 매입할 때는 사업성을 검토해 매입을 결정합니다. 사업성이 있으니 초기 단계 대출인 브릿지론도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본 PF 대출로 전환이 안 되는 것은 브릿지론과 본 PF 대출 사이 기간에 사업성이 악화했다는 의미입니다. 건설업계는 지난 2년간 공사비가 50% 올랐다고 얘기합니다. 토지를 사고 초기 대출을 일으킬 시기에는 사업성이 충분했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원가율이 치솟으면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사라진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소형 임대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개인 임대사업자들이 확 줄었다는 점입니다. 개인 임대사업자들은 대부분 전세를 끼고 임대용 부동산을 매입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갭투자가 전세사기에 악용되면서 소비자들이 빌라나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전세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공사 현장이 멈춰 있다. 사진=한경DB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공사 현장이 멈춰 있다. 사진=한경DB
개인 임대사업자들은 갭투자가 아니라면 금융권 대출을 받아 임대용 부동산을 사고, 월세를 운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고금리 시대에 막대한 대출을 감당할 개인 임대사업자는 많지 않습니다. 결국 소형 임대형 부동산 투자가 줄어들고 수요가 감소하니 문제가 없던 사업장도 부실 위기에 내몰리게 됩니다. 결국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직접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월세로 임대를 주는 곳만 월세가 폭등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외부 요인으로 급격하게 사업성이 악화한 사업장의 부실을 막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같은 토지에서 분양할 수 있는 면적을 늘리면 사업성도 개선됩니다. 즉, 기존 용적률을 제한한 도시계획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시간입니다.

이미 아파트 시장에서는 정부가 노후 계획도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을 상향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도 신속 통합기획을 할 때 종 상향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해주고 있습니다.
대규모 오피스가 모여있는 서울 여의도 모습. 사진=한경DB
대규모 오피스가 모여있는 서울 여의도 모습. 사진=한경DB
중요한 점은 소비자가 원하는 부동산 상품을 원하는 지역에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 소비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원하고, 기업은 서울 3대 중심업무지구인 KBD(강남), CBD(종로), YBD(여의도)와 성수 지역에 대규모 오피스를 원할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도시계획으로는 이러한 시장의 수요를 맞추지 못해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신도시 업무지역에는 과도할 정도로 주거용 오피스텔을 분양하고 상업지역에도 생활형숙박시설과 같은 분양상품을 공급하는 식입니다. 낡은 도시계획이 부실 사업장을 양산하는 꼴입니다.

지금부터 계획되는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도시재생 등 모든 도시계획은 다시 한번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부동산 상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을지 살펴야 합니다. 용도 문제는 물론이고, 공사비 증가, 고금리 등 모든 문제를 다시 면밀히 검토한 도시계획 변경이 필요합니다.

많은 혜택을 주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실을 반영해 디벨로퍼나 건설회사는 최소한의 이익만 가져가고, 소비자에게는 필요한 주택을 공급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올해도 공사비가 20% 이상 오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대부분의 주택이나 부동산 개발 사업은 사업성이 사라져 건설시장 자체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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