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협 하와이대 경제학과장 "저출산위, 실권 없는 태생적 한계"
"은퇴하지 못하는 노년, 한국적 특성 '조기퇴직' 원인 봐야"
"한국 인구문제, 새로운 조직 설립은 역효과 클 수 있어"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인데 국립 인구(정책)연구소도 하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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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분야 권위자인 미국 하와이대 이상협 경제학과 교수(학과장)는 14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은 저출산 고령화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조직과 권한은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같은 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만들어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저고위에 대해 "고군분투하고는 있지만 정부 간 협업을 조율할 수 있는 실권이 없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예산권이 없고 자체 운용 예산이나 가용 인력이 적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최근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앞다퉈 저출산 정책을 맡는 '인구부'(가칭)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인구부·인구청·이민청 등 설치 논의에 "인구 문제는 조직을 세우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난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인구 문제는 그 원인과 효과가 너무나 광범위하게 걸쳐있고 단기간 성과를 내기도 어려워 다른 정책하고 성격 자체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준비 없이 새로운 정부 조직을 만드는 것은 부처 간 갈등, 인력 재정 손실 등 역효과가 클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인구문제, 새로운 조직 설립은 역효과 클 수 있어"
이에 이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단기적으로 대통령이 강한 의지로 부처 간 협업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행정 수반인 대통령이 인구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컨트롤타워 또는 부처, 연구소에 대한 모델을 범부처적으로 제시·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이 교수는 "예산이란 측면에서 기획재정부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20년 전 한국의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이러한 내용을 지적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 20년 후에는 상황이 더 악화할까 봐 많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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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그간 시행된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놓고 "효과가 없다기보다는 효과가 미미해서 안 보이는 것"이라며 출산율을 가시적으로 올리려면 훨씬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구 정책으로써 외국인 유입정책에 대해서는 "젊은 외국인을 고용하다가 다시 그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낸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만 외국인을 이민자로 정착시키기에는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민자도 고령자가 될 것이고 이민자의 출산율이 높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 인구문제, 새로운 조직 설립은 역효과 클 수 있어"
한국의 고령화와 은퇴할 수 없는 노년에 대해서는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에서 50대에 이미 퇴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제일 높은 나라지만 빈곤율도 또한 높다는 점에서 다른 선진국과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령층의 은퇴자금도 많지 않아 조기퇴직 후 2차 노동시장에서 낮은 노동소득으로 일해야 하므로 노동시장 참가율은 높다"며 "한국처럼 조기퇴직하고 노후를 걱정해서 재취업을 해야 하는 나라는 사례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조기퇴직을 해야 하는 근본적 원인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노동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도 하나의 방안"이라면서 "기업 내부에서도 나이가 들어서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재훈련 기회를 계속 부여하고 그것이 업무 성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우선 기여율을 올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앞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기대수명·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이 자동 조정되는 방식으로 연금 고갈의 위험을 낮추거나 아예 기여금이 본인한테 돌아가는 강제저축을 강화하는 식의 개혁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에는 어떻게든 개혁해야만 합니다.

폭탄을 계속 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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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를,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출산·고령화를 주제로 다룬 수십편의 논문과 저서를 출간했다.

연령 변화에 따른 경제적 자원의 흐름을 파악하는 국민이전계정(NTA)이 한국에서 국가승인통계로 등록되는 데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