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 출신 저자가 박물관 소장 작품 엄선
예술작품 꽃피운 자연사 탐험 300년의 기록…'자연을 찾아서'
자연사 미술계의 대표 작가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1699년 52세의 나이에 네덜란드령이던 수리남으로 떠났다.

그는 2년간 수리남의 열악한 환경과 날씨를 견디며 많은 작업을 했다.

애벌레를 찾아 기르며 번데기, 성충이 될 때까지 관찰한 결과를 그림으로 그렸다.

당시는 곤충이 흙이 아닌, 알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이 입증된 지 불과 몇십년 뒤였다.

나비의 변태 과정과 유충과 성충의 먹이 식물 등은 대부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었다.

메리안은 네덜란드로 돌아와 자신의 그림과 판화를 담은 '수리남 곤충들의 변태'란 책을 출판했다.

그의 수리남 곤충 작품은 이후 현대 동식물학의 아버지 칼 폰 린네가 연구하고 참조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 출신 토니 라이스가 쓴 '자연을 찾아서'는 17~20세기 자연사에서 중요한 성취로 기록된 10번의 탐험과 이때 탄생한 예술 작품들을 소개한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내 8천만 점의 소장품과 50만 점의 미술품, 100만권의 장서에서 엄선했으며 미공개 자료도 포함됐다.

책이 집중적으로 다룬 이 시기 300년은 서구 세계가 알려지지 않은 동식물을 집중적으로 채집하고 기록하며 자연사라는 과학 분야에 방대한 자료가 축적됐던 때다.

린네가 생물 분류에서 속명 다음 종소명을 적는 이명법(二名法)을 창시하고,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자연선택과 진화론을 주창한 시기이기도 하다.

사진과 영상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변색되고 변형되는 동식물 표본을 대체해 자연을 기록하는 방법은 그림이었다.

동식물과 그 생태를 정확하고 아름답게 그려내는 자연사 미술도 이때 꽃을 피웠다.

책은 이름난 과학자, 탐험가, 박물학자의 위대한 발견 뒤에 위험을 감내하며 모험을 강행한 자연사 화가와 예술 작품을 조명한다.

예술작품 꽃피운 자연사 탐험 300년의 기록…'자연을 찾아서'
아일랜드 출신 의사 한스 슬론이 자메이카의 동식물 표본과 그림을 모아 출판한 '식물 편람'과 '자메이카 박물지'의 명성 이면에는 화가 개럿 무어와 에버러드 킥이 있었다.

킥은 초콜릿과 관련된 그림도 그렸다.

당시 슬론은 카카오열매로 만든 원주민들의 초콜릿 음료가 소화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유를 섞어 마시는 레시피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고 평생 엄청난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1752년 실론섬 총독으로 임명된 요안 히데온 로턴의 실론섬 동식물 그림 컬렉션도 그가 고용한 피터르 드 베베러의 손에서 태어났다.

자연사박물관이 소장 중인 드 베베러의 그림은 모두 98점이다.

책에서는 날개의 가로 길이가 30㎝에 달하는 아틀라스나방, 영리한 변장술을 하는 낙엽사마귀, 꽃이 핀 나뭇가지에 앉은 큰소쩍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태평양에서도 많은 화가가 중요한 항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의 인데버호 항해에는 저명한 화가 시드니 파킨슨이, 레절루션호 항해에는 게오르크 포르스터가 있었다.

파킨슨은 바다를 건너는 동안 해양동물과 바닷새를, 육지에선 식물을 그렸다.

오스트레일리아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완성된 그림은 극소수였지만, 400점이 넘는 식물을 스케치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장인 마이클 딕슨 박사는 책 서문에서 "항해의 끝에는 언제나 새롭고 귀중한 표본 컬렉션이 남았고, 사람들은 탐험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의미 있는 과학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글항아리. 함현주 옮김. 41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