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드라마'라는데 참 좋아요…저만의 길을 걷는다는 것 같아서"
15년차 배우 안재홍(38·사진)에게는 이런 질문이 따라다닌다. “이번 작품이 은퇴작이냐”. 망가짐 따위 아랑곳없이 배역에 몰입한 탓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에서도 ‘아이시테루(사랑해)’를 외치는 오타쿠 주오남 역할로 화제가 됐다. 안재홍이 이번엔 티빙 드라마 ‘LTNS’로 돌아왔다. LTNS는 불륜 커플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부부를 다룬다. 전고운 감독과 임대현 감독이 함께 6부작짜리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안재홍은 배우 이솜과 결혼 5년차 섹스리스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블랙코미디의 매력은 웃으면서 보다가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이라며 “많은 부부가 작품에 공감하고, 그들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드라마에서 서울대 출신이지만 스타트업에 실패하고 택시기사로 일하는 사무엘 역할을 맡았다. 벌이가 변변찮은 사무엘은 항상 풀이 죽어 있다. 안재홍은 소심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을 집중했다. 유튜브에서 어떤 동영상을 보는지, 청소할 때 양말은 어떻게 치우는지 등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작품을 보니 인물의 작은 제스처나 눈빛 같은 사소한 순간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서울대 나와서 택시기사나 하냐’는 친구 말에 눈빛이 확 바뀌는 것도 고민의 흔적이에요.”

안재홍은 영화 ‘소공녀’(2018)에서 함께 작업한 전 감독의 제안 덕분에 드라마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어른들이 보는 잡지 같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굉장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평범한 생활 연기부터 범죄 추리극, 장르물까지 망라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습니다.”

안재홍은 ‘LTNS’에서 참 잘 울었다. 부부가 서로의 외도사실을 알게되며 격렬하게 다투는 과정에서 그랬고, 외로움을 호소했을 때도 그랬다. 외로워서 우는 장면에 대해서는 “극한의 외로움을 담고 싶었고 캐릭터 입체성의 끝을 보여주는 감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별하고 국밥집에서 마주친 두 사람. 아내 우진의 진심 어린 사과에 사무엘은 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국밥에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리얼하다.

“작품에 대한 반응 중에 ‘또드’(또라이 드라마)라는 말이 참 괜찮더라고요. 지금까지 봤던 드라마와 달리 저만의 길을 가는 작품이죠. ‘은퇴작 전문 배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극찬을 받아 영광이지만 (은퇴하지 않고) 오랫동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