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IP인 RISC-V 관련 프로젝트들에 최소 670억원 투자
특허 급증하고 軍도 관심…"일부 반도체 제조에 매력 있어"
중, 미국 규제 맞서 오픈소스 반도체 설계기술 투자 확대
미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가 강화되자 중국이 오픈소스(개방형) 반도체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 중국 당국은 물론 이 나라의 수십 개의 정부 기관과 연구기관들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오픈소스 반도체 설계 지적자산(IP)인 '리스크-파이브'(RISC-V) 프로젝트들에 최소 5천만달러(약 670억원)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들 중 다수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며, 100개 이상의 중국어 학술 논문, 특허, 정부 문서 및 입찰자료, 연구 그룹 및 회사의 성명을 분석한 결과라고 전했다.

또 지난해 9월 인민해방군(PLA) 군사과학원이 새로운 고성능 반도체 특허를 발표했다며, 이를 통해 5천억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재편하고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군사과학원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스마트 자동차용 반도체의 오작동을 줄이기 위해 RISC-V를 이용했다고 특허 출원서에 소개했다.

반도체 설계 IP로 가장 일반적인 표준으로는 미국 기업인 인텔과 AMD가 지배하는 'x86'과 영국 암 홀딩스(Arm Holdings)가 개발한 'Arm'이 있다.

양쪽 모두 서방 기업이 통제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의 수출 통제에 따라 최고 성능의 칩 생산에 쓰이는 x86과 Arm은 중국 고객에 대한 판매가 금지됐다.

결국 중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일부만을 차지하지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인 RISC-V로 눈길을 돌렸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에 매진하면서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9개 사가 특허 침해에 대해 상호 고소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RISC-V 동맹 결성에 합의하기도 했다.

상하이의 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RISC-V의 가장 큰 장점은 지정학적으로 중립적이라는 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는 중국의 투자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RISC-V의 혁신과 적용이 이뤄지고 정부 자금이 대거 지원되면서 이 개방형 표준이 언젠가 x86과미국 규제 Arm의 양대 축을 위협할 수 있다는 희망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두 명의 업계 관계자와 이전에 공개되지 않은 문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과 연구 기관이 만든 RISC-V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모델, 데이터 저장 센터에 파워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 컴퓨팅기술연구소는 지난해 6월 중국의 RISC-V 스타트업 투자 자금이 최소 11억8천만달러(약 1조6천억 원)에 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RISC-V 관련 특허는 2018년 10개에서 지난해 1천61개로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RISC-V 기술은 약 10년 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연구실에서 나왔는데, 이 기술의 표준 개발을 감독하는 비영리 재단 RISC-V 인터내셔널은 2019년 5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지 몇 달 뒤 본부를 미국 델라웨어에서 스위스로 옮겼다.

로이터는 중국군과 연계된 대학과 연구기관도 최근 몇 년간 RISC-V를 개발하고 홍보하고 있다며 인민해방군 산하 국방기술대(NUDT)는 2018년부터 중국에서 제출된 RISC-V 특허들 중 상위 15위 안에 들었다고 전했다.

또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해 RISC-V의 비용이 저렴한 점, 사용자 기호에 맞추기에 편리한 점, 에너지 효율성 등으로 인해 이는 일부 반도체제조업체에 매력적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