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 리그노샛 상상도 / 사진=교토대
우주 속 리그노샛 상상도 / 사진=교토대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과 우주 궤도에 떠돌아다니는 로켓 잔해 등 우주쓰레기가 9300t을 웃돈다. 본격적인 우주 탐사 시대를 앞두고 우주쓰레기가 위험 요소로 떠오르자 이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으로 목재 위성이 개발되고 있다. 이르면 올 여름 이 위성은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목련, 우주 극한 환경 테스트 통과

목재 내부에 위성 장비를 넣은 리그노샛 / 사진=교토대
목재 내부에 위성 장비를 넣은 리그노샛 / 사진=교토대
4일 과학계에 따르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NASA가 합작해 만든 세계 최초의 목재 위성은 올 여름 발사를 앞두고 막바지 내구성 테스트를 하고 있다. 무라타 코지 교토대 농학연구과 교수 연구팀은 일본 최대 목재 회사 스미토모임업과 손잡고 2020년 4월 나무를 사용해 지속가능한 위성을 만드는 '리그노스텔라 스페이스 우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90일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운영하는 일본의 실험 모듈인 '키보(KIBO)'에서 목련, 산벚나무, 자작나무 등 세가지 나무를 대상으로 우주 노출 실험을 진행했다. 우주 방사선 노출 시험 등 극한 상황에서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고 견딜 수 있는지가 실험의 최대 관건이었다.

ISS에 머물던 일본 우주 비행사 와카타 고이치가 직접 나무들을 모듈 바깥에 설치했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결과 나무 표본은 우주 공간의 현저한 온도 변화와 태양에너지 입자선 등에 10개월간 노출되는 극한환경에서도 균열과 휘어짐, 박리, 표면 손상 등 변형이 발생하지 않았고 질량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세 가지 목재 중 인공위성 제작에 최종 낙점된 나무는 목련이다. 목련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다른 수종에 비해 안정성이 뛰어나 목재 인공위성 프로젝트에 적합한 나무로 꼽혔다. 위성 제작 작업에는 일본 전통 공법 기술을 보유한 시가현 오쓰시의 쿠로다 공방이 참여했다. 목재 변형과 파손을 줄이고자 요철을 이용해 못과 접착제 없이도 고정 가능한 전통 방식을 적용했다.

인공위성의 이름은 '리그노샛(LignoSat)'으로 머그잔 크기의 초소형 위성(큐브샛)이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cm에 불과하고 무게는 330g 정도로 초경량이다.

우주 개발 지속가능성 확보

나무로 만든 위성이 등장한 이유는 우주 개발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다. 지구 궤도에는 △미작동 인공위성 △로켓 본체나 로켓에서 분리된 페어링과 부스터 △부서진 우주선 파편 등 우주 쓰레기를 포함한 인공물이 9300t 이상 떠다니고 있다.

우주 쓰레기는 저궤도에서 초속 7.4㎞, 정지궤도에선 3㎞ 속도로 돈다. 총알보다 빠른 속도인 탓에 언제든 지구와 정상 작동하는 위성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우주쓰레기는 티타늄이나 알루미늄 등 광택 금속으로 만들어져 밤하늘 밝기가 10% 이상 증가하는 '빛 공해'의 주범으로도 꼽힌다.

인류는 1950년대부터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2010년만 해도 매년 최대 100기의 인공위성이 발사됐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상업용 발사가 활발해지면서 발사 위성 수가 급증했다. 2021년에는 무려 1400기가 넘는 위성이 우주로 발사됐다.
머그잔 크기으의 리그로샛.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cm에 불과하고 무게는 330g 정도로 초경량이다. / 사진=교토대
머그잔 크기으의 리그로샛.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cm에 불과하고 무게는 330g 정도로 초경량이다. / 사진=교토대
인공위성 경로를 추적하는 웹사이트 '오비팅 나우(Orbiting Now)'는 지난해 8월 기준 인공위성 수가 8486개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여기에는 재진입 시 소멸될 예정인 8270기의 저궤도 인공위성이 포함돼 있다. 지난달에 9000기를 돌파했을 것이라는 게 과학계 추측이다.

아직은 우주쓰레기 상황이 아주 심각하지는 않지만 우주로 쏘아 올리는 위성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문제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대기 구성·대기 질 연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엘로이즈 마레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의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주쓰레기로 인한 피해 줄일 첫걸음"

나무는 우주선 제작에 사용되는 복합합금보다 친환경적이며, 수명을 마쳤을 때 분해나 완전 연소가 가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우주 비행사 출신인 도이 다카오 박사는 "비도 안오고 벌레나 세균이 번식하지 않는 우주에서는 목재가 썩을 염려가 없다"며 "오히려 더 좋은 미래 우주 개발 소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효율성을 고려해도 목재가 우주 소재로 적합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자파가 나무를 잘 투과하기 때문에 위성 안테나를 내부에 넣어 위성 구조와 형태를 단순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성이 발사된 뒤에 안테나가 잘 펴지지 않아 위성 전체가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위성 내부로 안테나가 들어가면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목재 위성 개발에 뛰어든 사례는 또 있다. 핀란드의 합판회사 위사(WISA)는 '우드샛' 프로젝트를 추진되고 있다. 애초 2021년 미국의 발사체 회사 로켓랩의 일렉트론 발사체를 타고 세계 최초로 우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늦춰졌다.

리그노샛은 올 여름 JAXA와 NASA가 공동 발사할 예정이며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목재 인공위성이 탄생하게 된다. 연구팀은 "위성이 수명을 마친 뒤 자가 분해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며 "생분해 가능 소재의 인공위성이 우주 쓰레기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무로 만든 리그노샛 케이스 / 사진=교토대
나무로 만든 리그노샛 케이스 / 사진=교토대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