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4일은 '세계 암의 날'…암, 의술 발전에도 40년째 '사망원인 1위'
서홍관 원장 "흡연·음식·감염·음주가 암 발생 85% 연관…암예방 노력 중요"
[위클리 건강] 국립암센터 원장의 당부 "흡연·음주만 안해도 암 35% 예방"
한국인의 암 사망률(2022년 기준, 통계청)은 인구 10만명당 162.7명으로 전체 사망원인을 통틀어 가장 높다.

햇수로 40년째 한국인 사망원인 1위를 고수 중이다.

사망원인 2위인 심뇌혈관질환 사망률 115.4명과 비교해도 격차가 큰 편이다.

암종별로는 폐암(36.3명), 간암(19.9명), 대장암(17.9명), 췌장암(14.3명), 위암(13.9명) 순으로 사망률이 높다.

이 중에서도 최근 들어 췌장암의 사망률 상승세가 가파르다.

2022년 췌장암 사망률은 전년보다 5.8% 상승하면서 위암 사망률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성별로는 남자가 폐암(53.7명)·간암(29.1명)·대장암(20.6명) 순으로, 여자가 폐암(18.9명)·대장암(15.2명)·췌장암(13.7명) 순으로 각각 사망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암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지만, 아직은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큰 만큼 암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경각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런 이유로 제정된 게 '세계 암의 날'(매년 2월 4일)이다.

국제암연맹(UICC)이 주도하는 이 캠페인은 20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암 정상 회의에서 처음 날짜가 지정된 후 매년 암 예방과 진단, 치료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고 있다.

세계 암의 날을 맞아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과 한국인의 암 예방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서 원장은 우리나라 암 발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흡연, 음식, 감염, 술을 꼽았다.

서홍관 원장은 "평생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흡연 30%, 음식 30%, 감염 20%, 술 5%의 순으로 크다"며 "암의 예방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평소 이 4가지만 잘 컨트롤해도 주요 암의 발생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 원장이 강조하는 '4가지 암 예방 수칙'을 정리해본다.

[위클리 건강] 국립암센터 원장의 당부 "흡연·음주만 안해도 암 35% 예방"
◇ "지금 당장 흡연을 멈춰라"…암 예방에 가장 큰 적은 '담배'
흡연은 직접흡연과 간접흡연 모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발암물질 1군에 속한다.

담배 속에 들어있는 4-(메틸니트로소아미노)-1-(3-피리딜)-1-부탄온(NNK)과 N-니트로소노르니코틴(NNN) 등의 수많은 발암물질이 직접적으로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각종 연구를 종합해보면 모든 암의 약 30%가 담배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담배 안에도 발암물질들이 들어있어 암 발생 위험이 높은 건 마찬가지다.

특히 폐암은 흡연과의 연관성이 가장 크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견줘 폐암 발생위험이 15∼30배 정도 높다고 한다.

평소 담배를 피우면서 암 예방을 얘기하는 건 난센스라는 얘기다.

다만, 지금까지 오랫동안 많은 양의 담배를 피웠더라도 지금 당장 금연하면 암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장이라도 적극적인 금연 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약 6천 개 정도의 금연 클리닉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무료로 약을 처방해준다.

간접흡연도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부모 중 한명 이상이 담배를 피우는 경우 자녀의 발암물질 수치가 덩달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때문에 WHO나 미국질병관리본부(CDC)는 간접흡연에 있어 안전한 수준의 농도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클리 건강] 국립암센터 원장의 당부 "흡연·음주만 안해도 암 35% 예방"
◇ "가공육, 짜고 탄 음식을 피해라"…암 30%는 음식의 영향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중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의 가공육은 IARC가 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가공육이 담배만큼이나 발암 위험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붉은색을 띠는 고기(적색육)도 발암 위험 물질(2A군)에 속한다.

IARC는 특히 적색육 섭취가 위암, 대장암은 물론 췌장과 전립선에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봤다.

위암 발생과 육류 섭취의 연관성을 장기간 관찰한 코호트(역학) 연구에서는 매일 가공육을 50g씩 먹을 경우 위암 위험도가 72%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적색육을 매일 100g씩 먹은 사람은 적색육을 먹지 않는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도가 26% 높았다.

적색육에 들어있는 철분 성분인 '헴철'이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화합물'(NOCs) 생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른 DNA 손상이나 산화스트레스는 위암 위험 요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백색육은 매일 100g씩 먹어도 위암 발생 위험도를 높이지 않았다.

짜고, 탄 음식도 경계해야 한다.

짠 음식의 경우 많이 섭취한 사람은 적게 섭취한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도가 4.5배 더 높다.

따라서 음식 조리 시 소금이나 간장을 적게 넣고, 가공식품 구입 시 영양표시를 보고 나트륨 함량이 적게 들어간 식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 숯불구이나 바비큐처럼 고기나 생선을 굽거나 태우면 발암물질(아민복합체)이 생성되고, 이러한 물질의 섭취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위클리 건강] 국립암센터 원장의 당부 "흡연·음주만 안해도 암 35% 예방"
◇ "바이러스 감염에 주의해라"…백신으로 예방하는 게 최선
한국인에게 흔한 B형·C형 간염바이러스, 인유두종바이러스(HPV)도 중요한 발암 요인 중 하나다.

이들 감염성 질환은 통상 암 발생의 20%를 차지한다.

현재 암 예방 차원에서 접종이 권장되는 백신은 'B형간염백신'과 '자궁경부암 백신'이다.

암 백신은 약하게 항원을 주사함으로써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드는 개념이다.

B형간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유병률이 매우 높아 간암이나 간경변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백신 접종이 시행된 후 환자들이 많이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

HPV는 감염되면 만성염증을 일으켜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한다.

이 바이러스는 성생활로 감염되는 만큼, 활발한 성생활이 이뤄지기 전에 백신을 접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 HPV 백신은 정부가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C형간염은 치료제가 있지만, 아직 백신이 없어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게 유일한 예방법이다.

감염경로는 수혈, 장기이식, 주사용 약물남용, 불안전한 주사나 의료시술 등이 꼽힌다.

[위클리 건강] 국립암센터 원장의 당부 "흡연·음주만 안해도 암 35% 예방"
◇ "암 예방 적정 음주량은 '제로'"…절주가 괜찮다는 건 착각
술(알코올)은 IARC가 정한 1군 발암물질인데도, 많은 사람이 아직 이런 사실조차 모른다.

심지어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게 술이다.

현재 음주 인구(2천500만명)는 흡연 인구(900만명)의 3배 수준에 달할 정도다.

전체적으로 음주가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5%가량이지만, 음주 인구가 엄청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

암 예방 측면에서 보자면 술은 먹는 만큼 위험도가 높아진다.

음주량에 따른 사망률 변화를 관찰한 연구에서는 놀랍게도 술의 종류와 상관없이 하루 한 잔 마시는 사람부터 사망률이 높아지고, 이런 추세는 음주량이 늘수록 확연했다.

따라서 암 예방을 위해서는 술을 줄이는 게 아니라 '제로'로 완전히 끊어야 한다.

한때 적당한 음주는 괜찮다거나 오히려 소량의 술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하루속히 바뀌어야만 실질적인 암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