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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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5.25~5.5%로 재차 동결한 가운데, 금리 인하 기조로의 선회를 시사했지만 그 시점이 임박했다고 신호를 주지는 않았다. 인하 시기를 둘러싼 Fed와 시장 간 공방이 불가피한 만큼, 시중금리가 반등하는 국면에서 오히려 채권 매수를 강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31일(현지시간) Fed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은 4번째 기준금리 동결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회의 직후 회견에서 올해 내 적절한 시점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하겠지만 아직 확신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는 신중론을 내비쳤다. 물가 목표 달성에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Fed는 "최근 경제 활동은 지표상으로 안정적 속도로 확장하고 있으며, 일자리 성장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견조하다"면서 "물가 상승은 지난해에 비해 완화됐지만 여전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위원회는 오랫 동안 최대 고용과 물가 상승률을 2% 목표로 설정해 왔다"면서 "이 같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위험은 더 좋은 균형점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여전히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들에 따르면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Fed의 정책 결정문에서 '비둘기파'와 '매파'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봤다. 방향성은 맞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한 만큼 당장 3월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씨티은행은 "'그 어떤 추가 긴축'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위험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한 점은 비둘기적이지만, '인플레 2% 근접 확신이 더 강해질 때까지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매파적"이라면서 "파월 의장은 고용과 경제활동에 하방 충격, 은행 불안 심화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3월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지만 인플레 둔화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기자회견은 매우 혼란스러웠다"며 "6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웰스파고 은행은 "3월 정책회의까지 Fed가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5월 25bp 인하, 올해 말까지 100bp 추가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한편 채권 매수 대응이 유효한 시기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FOMC는 인하 기조로의 전환을 분명하게 통화당국이 직접 밝혔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이미 기준금리 인하로의 전환을 기정사실로 인식했던 금융시장의 입장에선 보다 뚜렷하게 인하 시점이나 강도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를 이번 회의에서는 확인하지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졌던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둘러싼 Fed와 시장 간 인식 격차가 이번 회의를 통해 재확인된 셈이다.

공 연구원은 "빠른 인식 전환과 조기 인하 기대가 이번 FOMC를 통해 일정 수준 제약을 받았다는 점에서 1월 회의는 '제한적이나마 매파적'이었던 통화정책 이벤트라고 본다"며 "인하로의 기조 변화가 종전보다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시장의 인하 기대에 전적으로 위배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조정 시 채권 매수 대응이 가능한 시기"라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