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와 제조사에 스마트폰 공시지원금을 늘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장 과열을 잠재우는 데 주력했던 이전과 대조적인 행보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방침을 확정한 것을 계기로 정부의 기조가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방통위는 31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임원들을 만나 이날 공식 출시된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전날에는 삼성전자와 만나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방통위는 공시지원금 확정 전인 지난 24~25일에도 이들과 만나 통신비 부담 완화 문제를 논의했다.

방통위가 공시지원금 확대를 요청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시장의 공정성을 우선했던 정부가 태도를 180도 바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방통위는 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 경쟁을 위해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해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014년 단통법 도입 이후 방통위가 공시지원금을 올리라고 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단통법 전면 폐지와 관련한 업계 의견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을 폐지해 통신 3사가 마케팅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을 만나 단통법 폐지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방통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신 3사는 당장 공시지원금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시지원금은 현재 매주 화·금요일에 변경할 수 있다. 2월 2일 공시지원금을 늘릴 수 있지만 기존 사전예약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통신 3사는 갤럭시S24 시리즈에 대해 5만~24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