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마이크로디지탈이 국산 소용량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를 출시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대용량 배양기 판매에 초점을 맞춘 해외 대형 소부장 기업과 달리 세포·유전자치료제(CGT)에 쓰이는 소용량 바이오리액터를 상용화해 첨단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앞서가겠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디지탈 "소형 세포 배양기로 55조 시장 정조준"
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1~2.5L 규모의 소용량 바이오리액터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오는 3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바이오 공정 전문 박람회 ‘BPI 웨스트’에서 처음 공개할 예정”이라며 “대용량 바이오리액터의 3차원 배양 및 제어, 모니터링 등 모든 기능을 그대로 갖췄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리액터란 효소나 미생물 등을 활용해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장비다. 마이크로디지탈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바이오리액터, 일회용 배양액 등을 국산화했으며 연매출은 100억원대로 올해 50%가량 성장이 예상된다. 론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은 바이오의약품 대량생산을 위해 1만~1만5000L 규모의 대용량 바이오리액터를 두고 있다. 하지만 ‘맞춤형 의약품’인 CGT 생산에선 용량이 클 필요가 없다. 환자 개인의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조작한 뒤 다시 환자 몸 안에 집어넣는 CGT 특성상 다품종소량생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이 점을 포착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계 바이오리액터 시장은 ‘전통의 강호’ 3대장인 싸토리우스(독일), 써모피셔(미국), 사이티바(미국)가 전체 점유율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소규모 리액터를 취급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전략적 품목으로 삼아 전 세계 모든 CGT 연구소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에도 연내 공급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역시 다음 먹거리로 CGT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CGT 시장은 2027년 417억7000만달러(약 55조8000억원)로 추정된다.

올해는 마이크로디지탈이 세계 최대 바이오시장인 미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원년이다. 현지 제품 공급과 사후서비스(AS)를 위해 상반기 미국 서부에 현지 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미국 소부장 대기업에 바이오리액터, 일회용 백 등을 공급하는 계약도 준비 중이다. 모두 국내 바이오 소부장업계 첫 시도다.

김 대표는 “훨씬 간단한 공정으로 생산되도록 제품을 만들었다”며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작동법은 단순하고 편한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