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정수빈의 도루왕, 내게도 좋은 동기부여"
박해민 "베이스 확대, 도루 증가 담보하지 않아…변화 대비해야"
베이스 크기 확대와 피치 클록 도입 예고는 '대도' 박해민(33·LG 트윈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박해민은 "뛰는 야구에 유리해졌다고 무조건 도루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바뀐 제도를 철저히 분석하고, 변화에 대비해야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직전인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박해민은 "128경기 체제에서 200안타(2014년 서건창 201안타)가 나왔다.

많은 사람이 144경기 체제에서는 200안타 이상의 기록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후 200안타 이상을 친 타자는 없다"며 "베이스 크기 확대가 도루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만큼 상대 배터리도 도루 저지에 신경 쓸 것이다.

더 높은 성공률을 올리려면 그것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정의 이점을 활용하고자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4시즌 시작부터 베이스 크기를 기존 15제곱인치에서 18제곱인치로 확대하기로 했다.

피치 클록은 시범 운영을 거쳐 후반기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베이스 크기 확대와 피치 클록 영향으로 도루 시도와 성공이 크게 늘었다.

2022년 존 버티는 도루 41개로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1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의 도루 수는 73개였다.

박해민 "베이스 확대, 도루 증가 담보하지 않아…변화 대비해야"
박해민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2015∼2018년, 4시즌 연속 KBO리그 도루 1위에 올랐다.

개인 한 시즌 최다 도루는 2015년 달성한 60개다.

일단 박해민은 "올해에는 더 자주 뛰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박해민은 지난해 38차례 도루를 시도해 26번 성공(도루 성공률 68.4%)했다.

도루 성공과 성공률 모두 박해민이 만족할 수 없는 수치였다.

박해민은 70%를 넘지 못한 성공률에 아쉬워하면서도, 또래 정수빈(33·두산 베어스)이 지난해 개인 첫 도루왕(39개·성공률 83%)에 오른 것에 자극도 받았다.

박해민과 정수빈은 1990년생 동갑이다.

다만 2월에 태어난 박해민이 1년 먼저 입학해 '선배'로 불린다.

박해민은 "정수빈이 지난해 도루 1위를 차지한 게 내게도 동기부여가 됐다"며 "나도 다시 도루왕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정수빈을 통해 얻었다.

마침 더 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니, 성공률을 높이면서 더 자주 도루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민 "베이스 확대, 도루 증가 담보하지 않아…변화 대비해야"
도루 성공률은 평소에 미치지 못했지만, 박해민은 2023년 LG 통합우승의 주역이었다.

특히 2023년 한국프로야구 마지막 경기였던, kt wiz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3회말 2타점 2루타를 치고, 4회초 실점을 막는 다이빙 캐치를 했다.

두 번의 멋진 어퍼컷 세리머니도 펼쳤다.

LG가 통합우승을 확정한 경기에서 박해민은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박해민은 "그 경기 MVP에 오른 건,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잠시 감격에 젖은 뒤 "이제 우리는 모두가 견제하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조금만 부진해도 'LG가 작년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런 위기가 와도,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우리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고 '지켜야 하는 자'의 단단한 각오를 드러냈다.

이런 당부를 할 정도로 박해민은 '어른스러운 선수'가 됐다.

그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하고, 팀과 동행만 했던 신인 투수 박명근에게 따로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해민은 "신인 선수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는데, 박명근이 불편한 기색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한국시리즈 내내 팀을 도왔다"며 "그런 모습이 고마워서 명근이에게 내 마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어른스러운 역할을 해야 하는 '서열'이기도 하다.

박해민은 "김민성 선배가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면서 내가 LG 야수 중에 허도환·김현수 다음 세 번째 고참이 됐다.

LG와 계약한 지도 3년째"라며 "올 시즌을 포함해 LG와 계약이 2년 남았다.

2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바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