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기업의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신규 유니콘기업이 1년 전보다 70% 넘게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새로 유니콘기업이 된 곳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갑 닫는 VC…유니콘 데뷔 확 줄었다

씨가 마른 유니콘기업

2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신규 유니콘기업은 100개로 집계됐다. 1년 전(348개)보다 71.2% 줄었다. 피치북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3375억원) 이상 비상장사를 유니콘기업 기준으로 삼았다. 글로벌 신규 유니콘기업은 2021년 622개까지 증가했다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피치북은 “전체적으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하락했고 벤처캐피털(VC)은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VC업계의 투자 감소가 핵심 요인이라는 얘기다. 유니콘기업이 가장 많이 나온 미국은 지난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이 1706억달러(약 228조1775억원)로 1년 전보다 30% 가까이 감소했다.

국내도 사정이 비슷하다.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유니콘기업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린 곳은 크림, 에이피알, 아크미디어 등 세 곳으로 추정된다. 2021년과 2022년 국내 신규 유니콘기업은 각각 7개였다.

크림은 네이버 손자회사로 각종 패션 제품 등의 중고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이피알은 뷰티테크기업이다. 아크미디어는 드라마 ‘카지노’ 등의 영상 콘텐츠 제작사다. 국내에서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를 유니콘기업으로 부른다.

국내도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액이 5조3388억원으로 전년보다 52.0%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투자 건수도 1765건에서 1284건으로 27.3% 감소했다.

유니콘기업 감소로 중소벤처기업부는 매년 두 번 발표하던 ‘국내 유니콘기업 현황’을 1년 가까이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중기부는 해외 시장조사업체 자료와 자체 조사를 바탕으로 신규 유니콘기업을 소개해 왔다. 중기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변하고 유니콘기업의 진위 논란도 있어 정부 주도로 유니콘기업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쉽지 않다”

올해도 새로운 유니콘기업이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투자 시장은 지난해보다는 낫지만 2020~2021년 수준의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니콘기업에 근접한 곳도 이전보다 기업가치를 낮춰야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음 유니콘기업으로 꼽히는 뮤직카우는 지난해 600억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8000억원대에서 6000억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보다 국내 시장을 노려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예비 유니콘’에 지난해 신규 선정된 기업 15개 중 12개(80%)는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대세인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 역시 국내 스타트업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글로벌 신규 유니콘기업의 31%인 31곳이 AI기업이었다. 작년에 새로 유니콘기업이 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기업가치는 800억달러(약 107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