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비행시간 6시간 싱가포르는 58만원, 7시간 발리는 128만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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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자유화' 안 돼 주 23회 운항으로 제한…저비용항공사 진입 불가에 가격 안 내려가
서울에 사는 회사원 박 모 씨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처음에는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을 생각했지만, 항공권 가격 조회를 해보곤 포기했다.
3인 가족이 가려고 보니 비행기 삯만 400만원 가까이 나와서다.
대신 항공권 가격이 절반도 안 되는 싱가포르를 택했다.
실제로 한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2월 9일 인천에서 출발해 1주일 뒤 돌아오는 최저가 왕복 항공권을 조회해 보면 비행시간 7시간 10분이 걸리는 발리는 128만원이다.
반면 같은 날짜에 비행시간 6시간 30분인 인천∼싱가포르 왕복 항공권 최저가격은 58만원이다.
박 씨는 "비행시간은 1시간도 차이가 안 나는 데 가격은 2배가 넘으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격 차이가 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간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서다.
항공 자유화가 돼 있지 않으면 운수권이 있는 항공사만 운항할 수 있고, 운항 횟수도 제한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정부는 상호 주 23회만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대형항공사(FSC)만 운수권을 갖고 있어 뒤늦게 영업해보려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낄 자리가 없다.
반면 싱가포르는 항공 자유화 협정 덕분에 제한 없이 운항할 수 있어 티웨이 항공이나 싱가포르의 스쿠트항공 등 LCC가 다니고, 가격도 싸다.
인천을 기준으로 싱가포르로는 주 78회 항공기가 뜨고 있다.
다른 아세안 국가들도 비슷하다.
베트남으로는 주 200회 넘게 운항 중이고 태국과 필리핀으로는 주 100회 이상, 말레이시아로는 주 60회 이상 운항 중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중 우리와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 안 된 나라는 인도네시아뿐이다.
우리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에 항공 자유화 협정을 체결하자고 요구 중이다.
이상덕 주인도네시아 한국 대사는 최근 현지 안타라 통신 기고문을 통해 "인도네시아 관광 산업 발전과 한국에서 일하는 3만4천여명의 인도네시아 근로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항공 자유화를 통해 항공권 가격을 낮추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항공 자유화가 안 되는 이유는 자국 항공사 보호를 위한 인도네시아의 보수적인 정책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국영 항공사인 가루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사태 등을 겪으면서 경영이 악화했고, 재무 개선을 위해 항공기 보유 대수를 크게 줄였다.
항공기가 부족하다 보니 자카르타∼인천, 발리∼인천을 각 주 4회씩만 운영한다.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항공사가 있는 운수권도 다 쓰지 못하는 상황이니 항공 자유화에 소극적이다.
일각에서는 항공 정책을 결정하는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이 퇴직 후 가루다 항공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이권을 지켜주기 위해 그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높게 쌓은 산업 보호 장벽이 경쟁을 막아 매년 양국을 오가는 60만명이 넘는 두 나라 국민만 피해를 보게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에는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을 생각했지만, 항공권 가격 조회를 해보곤 포기했다.
3인 가족이 가려고 보니 비행기 삯만 400만원 가까이 나와서다.
대신 항공권 가격이 절반도 안 되는 싱가포르를 택했다.
실제로 한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2월 9일 인천에서 출발해 1주일 뒤 돌아오는 최저가 왕복 항공권을 조회해 보면 비행시간 7시간 10분이 걸리는 발리는 128만원이다.
반면 같은 날짜에 비행시간 6시간 30분인 인천∼싱가포르 왕복 항공권 최저가격은 58만원이다.
박 씨는 "비행시간은 1시간도 차이가 안 나는 데 가격은 2배가 넘으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격 차이가 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간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서다.
항공 자유화가 돼 있지 않으면 운수권이 있는 항공사만 운항할 수 있고, 운항 횟수도 제한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정부는 상호 주 23회만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대형항공사(FSC)만 운수권을 갖고 있어 뒤늦게 영업해보려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낄 자리가 없다.
반면 싱가포르는 항공 자유화 협정 덕분에 제한 없이 운항할 수 있어 티웨이 항공이나 싱가포르의 스쿠트항공 등 LCC가 다니고, 가격도 싸다.
인천을 기준으로 싱가포르로는 주 78회 항공기가 뜨고 있다.
다른 아세안 국가들도 비슷하다.
베트남으로는 주 200회 넘게 운항 중이고 태국과 필리핀으로는 주 100회 이상, 말레이시아로는 주 60회 이상 운항 중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중 우리와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 안 된 나라는 인도네시아뿐이다.
우리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에 항공 자유화 협정을 체결하자고 요구 중이다.
이상덕 주인도네시아 한국 대사는 최근 현지 안타라 통신 기고문을 통해 "인도네시아 관광 산업 발전과 한국에서 일하는 3만4천여명의 인도네시아 근로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항공 자유화를 통해 항공권 가격을 낮추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항공 자유화가 안 되는 이유는 자국 항공사 보호를 위한 인도네시아의 보수적인 정책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국영 항공사인 가루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사태 등을 겪으면서 경영이 악화했고, 재무 개선을 위해 항공기 보유 대수를 크게 줄였다.
항공기가 부족하다 보니 자카르타∼인천, 발리∼인천을 각 주 4회씩만 운영한다.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항공사가 있는 운수권도 다 쓰지 못하는 상황이니 항공 자유화에 소극적이다.
일각에서는 항공 정책을 결정하는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이 퇴직 후 가루다 항공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이권을 지켜주기 위해 그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높게 쌓은 산업 보호 장벽이 경쟁을 막아 매년 양국을 오가는 60만명이 넘는 두 나라 국민만 피해를 보게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