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일상 살다가 죽는 게 행복…내겐 연기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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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할 때 '경로 우대'는 없어…너무 힘들어도 운동으로 극복"
2월 7일 개봉 '도그데이즈' 주연…"손자뻘 배우와 처음 연기" "연기를 오래 하다 보니 이제 일상이 된 거 같아요.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제일 행복한 건 자기 일을 하다가 죽는 거래요.
'무대에서 죽겠다'는 식의 극적인 말은 못 하겠지만, (분명한 건) 자기 일상을 살다가 죽는 게 행복한 죽음이라는 거죠."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여정(77)은 '꾸준히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영화 '미나리'(2021)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고 애플TV+ 드라마 '파친코'(2022)에 출연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해온 배우 윤여정이 3년 만에 한국 영화로 돌아왔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김덕민 감독의 '도그데이즈'에서 주연을 맡으면서다.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윤여정은 시사회에 참석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돌아볼 것밖에 없고 내다볼 건 없는 나이인데, 시나리오가 좋아서든 감독이 좋아서든 일할 수 있단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내 주변 사람들은 몸이 아파 그렇게 못 살기도 하는데, 너무 감사하죠. 그렇다고 짜증도 안 내는 건 아니에요.
누가 이상하게 굴고 하면 짜증도 내요.
"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인 만큼 촬영 현장에서 체력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윤여정은 성실함으로 극복한다.
그는 "배우는 육체노동이자 극한 직업이지만, 현장에서 나에게 '경로 우대'를 해줄 순 없는 거 아닌가.
젊은 사람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해야 한다"며 "너무 힘들어 내가 고갈되는 걸 느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또 "예순다섯부터 운동을 했다.
트레이너와 함께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한다"며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트레이너에겐 '우등생'이 됐다.
내가 보기와는 달리 성실한 편이다.
성실하지 않은 꼴을 못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나는 예전부터 스스로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이날 '디그니티'(dignity)라는 걸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리말로 자존이나 존엄 등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다.
"친절함과 비굴함이 같이 갈 때가 있죠. 난 친절한 사람은 못 돼도 비굴하게 살고 싶진 않아요.
감독에게 잘 보여 (배역에) 뽑히고 그런 건 싫어요.
(연기를) 잘해서 뽑혀야죠. ('파친코'에서 연기한) 김치 장사 아줌마를 통해서도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 '도그데이즈'에서 윤여정은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를 연기했다.
민서는 처음엔 '꼰대'처럼 보이지만,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아다니는 동안 MZ 세대 배달원 진우(탕준상)에게 깊이 공감하는 멋진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탕준상은 올해 스물한 살이다.
윤여정은 "탕준상의 아버지가 내 아들과 동갑이더라"며 "아들이나 딸뻘 배우와는 연기를 많이 했지만, 손자뻘은 처음이었다"고 웃었다.
영화 속 민서는 배우 윤여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말을 에둘러 하는 법이 없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웃음을 자아내거나 감동을 준다.
제작사는 처음부터 민서 역에 윤여정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윤여정도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가 할 만한 말을 대사로 써놨네'라는 생각은 들었다"고 회고했다.
애드리브를 많이 했냐는 질문에는 "예전에 어떤 선생님(시나리오 작가)이 '대사의 토씨 하나를 가지고 밤새도록 연구하는데 현장에서 고치면 마음이 좀 그렇다'고 한 적이 있다"며 "내가 구식 배우라 그런지 애드리브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윤여정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직설적인 화법을 유감없이 펼쳤다.
민서와 '싱크로율'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엔 "안 재봐서 모른다"며 툭 자르듯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촬영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느냐는 질문엔 "난 연기학원 선생이 아니다"라고 했고, 가장 어려웠던 배역은 뭐였냐고 묻자 "감독과 안 맞을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도그데이즈'에 출연하게 된 데는 김 감독과의 인연이 많이 작용했다고 한다.
윤여정은 "김 감독도 노바디(nobody), 나도 노바디일 때 전우애 같은 게 생겼다"며 "김 감독이 (작품을) 하면 나도 (배역을) 하리라고 결심했는데 이번에 하더라"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월 7일 개봉 '도그데이즈' 주연…"손자뻘 배우와 처음 연기" "연기를 오래 하다 보니 이제 일상이 된 거 같아요.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제일 행복한 건 자기 일을 하다가 죽는 거래요.
'무대에서 죽겠다'는 식의 극적인 말은 못 하겠지만, (분명한 건) 자기 일상을 살다가 죽는 게 행복한 죽음이라는 거죠."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여정(77)은 '꾸준히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영화 '미나리'(2021)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고 애플TV+ 드라마 '파친코'(2022)에 출연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해온 배우 윤여정이 3년 만에 한국 영화로 돌아왔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김덕민 감독의 '도그데이즈'에서 주연을 맡으면서다.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윤여정은 시사회에 참석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돌아볼 것밖에 없고 내다볼 건 없는 나이인데, 시나리오가 좋아서든 감독이 좋아서든 일할 수 있단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내 주변 사람들은 몸이 아파 그렇게 못 살기도 하는데, 너무 감사하죠. 그렇다고 짜증도 안 내는 건 아니에요.
누가 이상하게 굴고 하면 짜증도 내요.
"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인 만큼 촬영 현장에서 체력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윤여정은 성실함으로 극복한다.
그는 "배우는 육체노동이자 극한 직업이지만, 현장에서 나에게 '경로 우대'를 해줄 순 없는 거 아닌가.
젊은 사람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해야 한다"며 "너무 힘들어 내가 고갈되는 걸 느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또 "예순다섯부터 운동을 했다.
트레이너와 함께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한다"며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트레이너에겐 '우등생'이 됐다.
내가 보기와는 달리 성실한 편이다.
성실하지 않은 꼴을 못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나는 예전부터 스스로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이날 '디그니티'(dignity)라는 걸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리말로 자존이나 존엄 등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다.
"친절함과 비굴함이 같이 갈 때가 있죠. 난 친절한 사람은 못 돼도 비굴하게 살고 싶진 않아요.
감독에게 잘 보여 (배역에) 뽑히고 그런 건 싫어요.
(연기를) 잘해서 뽑혀야죠. ('파친코'에서 연기한) 김치 장사 아줌마를 통해서도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 '도그데이즈'에서 윤여정은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를 연기했다.
민서는 처음엔 '꼰대'처럼 보이지만,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아다니는 동안 MZ 세대 배달원 진우(탕준상)에게 깊이 공감하는 멋진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탕준상은 올해 스물한 살이다.
윤여정은 "탕준상의 아버지가 내 아들과 동갑이더라"며 "아들이나 딸뻘 배우와는 연기를 많이 했지만, 손자뻘은 처음이었다"고 웃었다.
영화 속 민서는 배우 윤여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말을 에둘러 하는 법이 없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웃음을 자아내거나 감동을 준다.
제작사는 처음부터 민서 역에 윤여정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윤여정도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가 할 만한 말을 대사로 써놨네'라는 생각은 들었다"고 회고했다.
애드리브를 많이 했냐는 질문에는 "예전에 어떤 선생님(시나리오 작가)이 '대사의 토씨 하나를 가지고 밤새도록 연구하는데 현장에서 고치면 마음이 좀 그렇다'고 한 적이 있다"며 "내가 구식 배우라 그런지 애드리브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윤여정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직설적인 화법을 유감없이 펼쳤다.
민서와 '싱크로율'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엔 "안 재봐서 모른다"며 툭 자르듯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촬영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느냐는 질문엔 "난 연기학원 선생이 아니다"라고 했고, 가장 어려웠던 배역은 뭐였냐고 묻자 "감독과 안 맞을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도그데이즈'에 출연하게 된 데는 김 감독과의 인연이 많이 작용했다고 한다.
윤여정은 "김 감독도 노바디(nobody), 나도 노바디일 때 전우애 같은 게 생겼다"며 "김 감독이 (작품을) 하면 나도 (배역을) 하리라고 결심했는데 이번에 하더라"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