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조개는 예로부터 미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보조개를 '천사의 실수'라 표현하기도 했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신성(神性)한 액체 한 방울을 잘못 떨어뜨려 그 자리에 생겼다는 것.

20세기부터 이어진 보조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아직 유효하다. 특히 현대사회에 들어서 보조개에 '동안 미인의 표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성형 시술, 교정기 등 다양한 재화를 만들어냈다.

보조개는 의학적으로 근육 변이에 의해 생긴다. 피부는 표피층·지방층·근육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조개는 지방층 없이 표피층과 근육층이 달라붙어 유착이 발생한 자국이다. 주로 얼굴에서 보조개가 많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체 부위 중 지방층이 가장 얇아 표피층과 근육이 가깝게 맞닿아 있어서다.

보조개는 얼굴에서 근육의 움직임이 가장 많은 볼 가운데, 입꼬리, 광대뼈 위쪽 등의 위치에 생긴다. 표정을 짓거나 말할 때 보조개가 있는 부분이 움푹 파인다. 근육이 움직일 때 피부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보조개는 유전에 의해 나타나고, 피부가 유연할수록 생기기 쉽다. 흔히 볼 수 있지만 생김새와 깊이에 차이가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신생아 딤플의 모습. /사진=서울대학교병원 공식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신생아 딤플의 모습. /사진=서울대학교병원 공식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얼굴에 있을 때는 타인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보조개이지만, 어떤 신체 부위에 있느냐에 따라 확인이 필요하기도 하다. 보조개가 질환의 징후로 작용하거나, 보조개가 아닌 다른 피부 질환과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신생아의 엉덩이에 보조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엉덩이 위쪽 꼬리뼈 부근에서 주로 발견된다. 이를 '신생아 딤플(Dimple)'이라고 하는데, 서울대학교 병원 N의학정보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5% 정도에서 관찰되는 비교적 흔한 질병 징후다. 대부분의 경우 자연스럽게 없어지나 드물게 엉덩이 신경관 기형과 연관된 척수이형성증의 징조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신생아 딤플이 있는 아이들 가운데 1~5%가 척수 기형으로 인한 발목 마비, 신경성 방광, 보행 장애 등을 겪는다.

엉덩이에 딤플이 있는 신생아의 경우 신경 기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생후 5~6개월에 초음파 검사를 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자기공명영상법(MRI) 검사를 통해 척수 기형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조기 발견 시 생후 6~12개월 사이 적절한 치료를 하면 대부분의 장애는 예방할 수 있다.
(왼쪽부터) 근육 변이로 생긴 귀 보조개와 귓바퀴 주변에 위치한 전이개누공의 모습.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전이개누공의 경우 진물이 나고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사진=독자 제공, 제일이비인후과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왼쪽부터) 근육 변이로 생긴 귀 보조개와 귓바퀴 주변에 위치한 전이개누공의 모습.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전이개누공의 경우 진물이 나고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사진=독자 제공, 제일이비인후과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귀 주변에 있는 움푹 팬 자국도 확인이 필요하다. 귓바퀴 부근에 마치 주삿바늘에 콕 찔린 것처럼 파인 곳이 있다면, 보조개가 아닌 '전이개누공'이라는 선천성 피부 질환일 수 있다. '이루공'이라고도 불리는 전이개누공은 귓바퀴 바로 앞의 피부에 선천적으로 작은 구멍이 있는 것으로, 이 구멍으로 세균이 유입될 경우 염증이 생겨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별다른 증세가 없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지만, 땀 등 세균 감염에 취약한 위치라 염증이 생기기 쉽다. 잦은 고름으로 불편을 호소할 경우 관과 피부 안쪽 주머니로 이루어진 전이개누공을 아예 적출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정주현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이개누공은 선천적으로 발생하며, 자꾸 만지면 가렵고 진물이 나는 특성이 있다"면서 "고름이 심하지 않을 경우 항생제로 관리하지만 성인 중에서 뒤늦게 전이개누공 적출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