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야당 '판도 변화'…입지 좁아진 국민당 vs 기선잡은 민중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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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노년·청년층 외면…'캐스팅보트' 민중당, 입법원장 선출부터 존재감 과시
민중당, 입법 주도권에 '고물가·성장 둔화' 대안 제시로 차기 집권당 부상 가능성도
대만에서 지난 13일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이후 야당의 판도 변화가 뚜렷하다.
근소한 차이로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총통에 당선된 가운데 입법위원 113석 중 과반을 차지한 다수당 없이 제2야당 대만민중당(민중당)이 8석을 차지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면서다.
비록 제1당이 되긴 했지만 국민당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상황에서 대만 다당제를 이끌 제2야당 민중당에 점차 힘이 실려 가는 모양새다.
우선 블룸버그통신은 24일 기사에서 세차례 연이어 총통 선거에 패배한 국민당이 위기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467만표·33.49%)가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558만표·40.05%)에 약 6% 포인트(p) 차이로 졌지만, 패배 충격파는 상상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친중 세력으로 인식돼온 국민당으로선 무엇보다 중국과 궁극적인 통일을 지향하는 노년층 유권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청장년층 유권자로부터는 외면받는 정당이 돼 가고 있는 비판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고 이 통신은 짚었다.
사실 국민당의 지나친 '친중' 정체성 노출이 이번 총통선거의 패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선거를 사흘 앞둔 10일에 터진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의 '친(親)시진핑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가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와 인터뷰를 통해 "본토(중국)와 전쟁을 하면 안 되며, 결코 이길 수 없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은 안보 위협과 경제 강압을 우려해 친중국을 표방하는 국민당 지지자로부터 호응받았지만, 국공내전에 져 쫓겨와서도 대만 주도로 중국과의 통일을 바라는 노년층을 분노케 했다.
국민당이 급수습에 나섰지만, 결국 반(反)국민당 표심으로 이어졌다.
국민당은 또 마 전 총통 집권 시기인 1992년 반관반민 성격의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이하 해협회)와 대만해협교류기금회(이하 해기회)가 합의한 '92공식'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92공식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민진당은 92공식 수용 불가 입장이며, 중도 노선 민중당도 거리를 둔다.
지난 총통선거의 지지율로 볼 때 국민당 후보를 찍은 표심(33.49%)을 뺀 대만인 66%가량이 92공식엔 냉담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2016년부터 세 차례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 정권을 상대로 92공식 수용을 압박하며 '지원 사격'을 해왔지만, '친중' 국민당의 대만 내 입지는 갈수록 좁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는 달리 총통선거에서 커원저 후보가 비록 3위를 기록했지만, 369만표(득표율 26.46%)를 얻어 큰 존재감을 과시한 데다 입법원 캐스팅보트까지 쥐게 된 민중당은 하루가 다르게 힘을 키우고 있다.
민진당과 국민당이 총선에서 51석·52석을 기록, 과반 달성에 실패하면서 어느 당이든 법안 통과를 위해 8석이라는 캐스팅보트를 쥔 민중당에 애걸해야 할 입장이다.
2020년 총선에선 민중당이 5석을 따내고도 61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진당에 밀려 그 역할이 미미했지만 이젠 사정이 다른 형국이 됐다.
우선 내달 1일 입법원장(국회의장) 선출 때부터 민중당 역할이 한껏 부각된 상황이다.
민진당이 유시쿤 현 입법원장과 차이치창 현 입법원 부원장을, 국민당이 한궈위 비례대표 입법위원 당선인과 4선이 된 장치천 지역구 입법위원을 각각 입법원 원장·부원장 후보로 내세운 가운데 결정권은 민중당이 쥐고 있다고 대만 언론이 전했다.
총통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당은 입법원장을 차지함으로써 의회 주도권을 쥐고 민진당 정권과 힘의 균형을 가져오겠다는 심산이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끌려다닐 걸 우려한 민진당은 입법원장 자리를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속내다.
국민당은 지난해 총통 선거 레이스에서 한때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던 민중당이 자신들을 지지해주길 원하지만, '존재감 과시' 기회를 잡은 민중당은 이런 구애에 선을 그으며 몸값 올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대만 언론 사이에서는 민중당이 '민진당 입법원장-국민당 입법부원장' 조합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과 친중 세력 국민당이 그동안 경제·안보 이슈로 사사건건 대립해온 점에 비춰볼 때 앞으로 민중당의 캐스팅 보트 역할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대만 내에선 민중당을 4년 후 차기 집권 세력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030대 청년층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데다 고(高)물가와 성장 둔화와 같은 역경 속에서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주력한다는 평가를 받는 민중당이 캐스팅보트를 바탕으로 입법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가면 자연스럽게 '차기 집권당'으로 설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연합뉴스
민중당, 입법 주도권에 '고물가·성장 둔화' 대안 제시로 차기 집권당 부상 가능성도
대만에서 지난 13일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이후 야당의 판도 변화가 뚜렷하다.
근소한 차이로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총통에 당선된 가운데 입법위원 113석 중 과반을 차지한 다수당 없이 제2야당 대만민중당(민중당)이 8석을 차지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면서다.
비록 제1당이 되긴 했지만 국민당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상황에서 대만 다당제를 이끌 제2야당 민중당에 점차 힘이 실려 가는 모양새다.
우선 블룸버그통신은 24일 기사에서 세차례 연이어 총통 선거에 패배한 국민당이 위기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467만표·33.49%)가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558만표·40.05%)에 약 6% 포인트(p) 차이로 졌지만, 패배 충격파는 상상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친중 세력으로 인식돼온 국민당으로선 무엇보다 중국과 궁극적인 통일을 지향하는 노년층 유권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청장년층 유권자로부터는 외면받는 정당이 돼 가고 있는 비판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고 이 통신은 짚었다.
사실 국민당의 지나친 '친중' 정체성 노출이 이번 총통선거의 패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선거를 사흘 앞둔 10일에 터진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의 '친(親)시진핑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가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와 인터뷰를 통해 "본토(중국)와 전쟁을 하면 안 되며, 결코 이길 수 없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은 안보 위협과 경제 강압을 우려해 친중국을 표방하는 국민당 지지자로부터 호응받았지만, 국공내전에 져 쫓겨와서도 대만 주도로 중국과의 통일을 바라는 노년층을 분노케 했다.
국민당이 급수습에 나섰지만, 결국 반(反)국민당 표심으로 이어졌다.
국민당은 또 마 전 총통 집권 시기인 1992년 반관반민 성격의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이하 해협회)와 대만해협교류기금회(이하 해기회)가 합의한 '92공식'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92공식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민진당은 92공식 수용 불가 입장이며, 중도 노선 민중당도 거리를 둔다.
지난 총통선거의 지지율로 볼 때 국민당 후보를 찍은 표심(33.49%)을 뺀 대만인 66%가량이 92공식엔 냉담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2016년부터 세 차례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 정권을 상대로 92공식 수용을 압박하며 '지원 사격'을 해왔지만, '친중' 국민당의 대만 내 입지는 갈수록 좁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는 달리 총통선거에서 커원저 후보가 비록 3위를 기록했지만, 369만표(득표율 26.46%)를 얻어 큰 존재감을 과시한 데다 입법원 캐스팅보트까지 쥐게 된 민중당은 하루가 다르게 힘을 키우고 있다.
민진당과 국민당이 총선에서 51석·52석을 기록, 과반 달성에 실패하면서 어느 당이든 법안 통과를 위해 8석이라는 캐스팅보트를 쥔 민중당에 애걸해야 할 입장이다.
2020년 총선에선 민중당이 5석을 따내고도 61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진당에 밀려 그 역할이 미미했지만 이젠 사정이 다른 형국이 됐다.
우선 내달 1일 입법원장(국회의장) 선출 때부터 민중당 역할이 한껏 부각된 상황이다.
민진당이 유시쿤 현 입법원장과 차이치창 현 입법원 부원장을, 국민당이 한궈위 비례대표 입법위원 당선인과 4선이 된 장치천 지역구 입법위원을 각각 입법원 원장·부원장 후보로 내세운 가운데 결정권은 민중당이 쥐고 있다고 대만 언론이 전했다.
총통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당은 입법원장을 차지함으로써 의회 주도권을 쥐고 민진당 정권과 힘의 균형을 가져오겠다는 심산이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끌려다닐 걸 우려한 민진당은 입법원장 자리를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속내다.
국민당은 지난해 총통 선거 레이스에서 한때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던 민중당이 자신들을 지지해주길 원하지만, '존재감 과시' 기회를 잡은 민중당은 이런 구애에 선을 그으며 몸값 올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대만 언론 사이에서는 민중당이 '민진당 입법원장-국민당 입법부원장' 조합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과 친중 세력 국민당이 그동안 경제·안보 이슈로 사사건건 대립해온 점에 비춰볼 때 앞으로 민중당의 캐스팅 보트 역할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대만 내에선 민중당을 4년 후 차기 집권 세력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030대 청년층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데다 고(高)물가와 성장 둔화와 같은 역경 속에서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주력한다는 평가를 받는 민중당이 캐스팅보트를 바탕으로 입법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가면 자연스럽게 '차기 집권당'으로 설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