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금융투자협회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23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금융투자협회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지름길입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23일 서울 금융투자협회 기자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서 회장은 "올 한해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를 발판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 시장과 산업의 재도약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작년 1월 취임한 서 회장은 올해 취임 2년 차를 맞았다. 주요 성과로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을 꼽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앞서 2022년 말 중소형 증권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 관련 유동성 경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협회를 주축으로 업계 등이 자금을 모으며 시작됐다. 협회는 ABCP 매입 프로그램 운영 시한을 내년 2월까지 연장한다.

서 회장은 자본시장 정책을 가계와 기업을 위한 핵심 의제로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국민이 주식 투자, 펀드 등을 통해 자본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관심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고금리 상황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가계자산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증권거래세 인하는 호평했다.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올해 0.18%에서 내년 0.15%까지 내릴 예정이다. 서 회장은 "국회와 정부가 자본시장 정책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증권거래세 인하는 국민의 노후에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폐지 논란이 불거진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선 여야 간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자본시장 밸류에이션 제고 방안' 마련할 것"

서 회장은 취임 2년 차 핵심과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국민의 자산형성 및 관리 지원 △금융투자산업 성장동력 발굴 △금융투자산업 글로벌 진출 △리스크 관리·내부통제 및 투자자 교육 강화(역점) 등 5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규정하며 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서 회장은 "상장 기업의 배당성향 제고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책을 유도하는 '자본시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모 주식형펀드를 포함한 장기 직·간접 주식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또한 적극적으로 건의할 것"이라며 "세제 인센티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해소 및 가계의 자산 증가, 기업 성장을 통해 세수 감소보다 더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협회는 자본이 정체되는 일을 막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에 자본을 공급하고, 보다 안정적인 비상장투자 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기업성장투자기구(BDC) 도입을 지속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자산배분형 '디딤펀드'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디딤펀드는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에 분산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업계 공동브랜드로 출시될 전망이다.
사진=금융투자협회
사진=금융투자협회
서 회장은 "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강화 및 신규 유형 도입 등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의 자산형성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의 자산형성을 위해서는 '채권투자 장려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 회장은 금융투자산업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증권회사의 해외진출 기반을 조성·지원하고, 외화 기반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업무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법인 지급결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업종 간 이해관계가 아니라 기업과 국민의 효용 차원에서 무엇이 바람직한지 공론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공론화를 통해 도출된 보완책은 충분히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 통제와 투자자 보호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작년 한 해 시장과 산업의 신뢰를 저해하는 사건이 많았다"며 "관행으로 진행됐던 업무를 다시 점검하고 원칙·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됐고, 협회는 건전성 이슈 등 시장 위험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령' 개정에 따라 표준내부통제기준을 정비하고, 금융투자업계 '책무구조도 표준 예시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책무구조도가 있다고 해서 사건·사고를 모두 막을 순 없지만, 특정 부서, 직원에만 부과됐던 내부통제 의무를 전 임원이 나눈다면 관련 역량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LS 사태 업계 피해 최소화할 것비트코인 현물 ETF 현재로선 방법 없어"

서 회장은 이날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현안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홍콩H지수가 급락해 ELS 시장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지만, 세계적 추세와 국내 투자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금융투자업계의 해외 부동산 투자 현황과 관련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의 경우 금융사들이 건별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데, 공모펀드의 경우는 '아픈 손가락'"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리파이낸싱 펀드 조성에 대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지만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