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체포영장 협조해도 처벌…하원 입법절차 시작
러, 우크라전 반대하고 서방제재 동조하면 자산압류 추진
러시아에서 자국군에 대한 가짜 정보를 유포하거나 자국에 대한 서방 제재에 동조한 이들의 자산을 몰수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에는 러시아군의 평판을 저해하거나 해외 제재를 촉구한 우크라이나 전쟁 비판론자들의 자산과 귀중품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초안이 등록됐다.

크렘린궁이 제안한 이 법안은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지지를 받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법안은 불법 활동이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활동에 쓰였거나 쓰일 수 있는 자금 또는 자산을 법원 명령에 따라 정부가 몰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법기관이 전쟁 관련 가짜 정보를 유포한 언론인이나 학자가 받은 사례금이나 그 대체품으로서 차량이나 아파트 등 귀중품을 압류할 수 있게 했다.

적용 대상은 군 관련 가짜 정보 유포, 군 평판 저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요구, 나치즘이나 극단주의 선동, 국가안보 위협으로 판단되는 행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등이다.

러시아를 포함하지 않는 국제기구의 결정 집행을 돕는 이들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협력한 이들도 재산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쟁을 비판하거나 전쟁범죄 관련 정보를 유포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법을 잇따라 제정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은 지난 20일 이번 자산 몰수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나치를 지지하고 조국과 군인들을 모욕하는 문화계 인사 등 악당들을 처벌해야 한다"며 "러시아를 파괴하고 배신하려는 이들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국가에 입한 손해를 자신들의 재산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이 제정될 경우 전쟁 반대파에 대한 처벌이 더욱 용이해지고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의 마리아 네모바 변호사는 "이번 법안은 전쟁을 반대하는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립 법률회사 퍼스트디파트먼트의 에브게니 스미르노프 대표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취득한 자산까지도 빼앗길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