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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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기술주 훈풍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개인들은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관들이 5일 연속 순매도하는 등 바닥론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기업 실적 악화와 주춤해진 금리 인하 기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악재가 사그라지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속 악화하는 실적 전망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국내 상장 기업 248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3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2.3% 떨어졌고, 이후부터 이날까지 1.9% 추가 하락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7.19% 주저앉은 데 이 같은 실적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지수가 하락하자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764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200지수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 PER)이 10배 이하로 떨어지는 등 실적 대비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코스피 바닥 아니다"라는 3 가지 이유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바닥을 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처럼 기술주의 실적 우려가 불거진 2022년 7월 12M PER이 8배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 정도 수준까지 지수가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코스피지수가 5%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기업이 대만,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실적 전망이 질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의 실적 터닝포인트 시점이 자꾸 뒤로 밀리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지만 추세 반전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금리 전망 악화, 대외 악재도 ‘발목’

시장 금리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갈수록 사그라들고 있는 것도 코스피지수 바닥을 확인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3월까지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하할 가능성은 연초 79.0%에서 21일 45.4%로 급격히 낮아졌다. 이 영향으로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동 홍해와 북한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위험(리스크) 확대도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3분의 2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현지 분쟁이 커지면 수급에 큰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해 2월 52.6에서 12월 49.0으로 주저앉은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비롯된 글로벌 제조업 경기 부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종 대외 악재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2300 후반까지 미끄러질 여지가 있다”며 “서둘러 저가 매수하기보다는 이달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발언이 나오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현재 단기 과매도 국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바닥을 확인한 뒤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