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직방 키워낸 '유니콘 아버지'…"플랫폼법은 축구로 치면 손흥민 발 묶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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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
감독이 90분 내내 간섭하면
선수 역량 100% 발휘되겠나
플랫폼 '사전 규제' 시행되면
스타트업 기업가치 추락할 것
감독이 90분 내내 간섭하면
선수 역량 100% 발휘되겠나
플랫폼 '사전 규제' 시행되면
스타트업 기업가치 추락할 것
“정부가 플랫폼 규제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주저앉힌다면 벤처캐피털(VC)이 한국 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습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DSC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회장이 이끄는 DSC인베스트먼트는 컬리, 무신사, 두나무, 직방 등을 초기에 발굴하고 투자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산실’로 불린다.
윤 회장은 “플랫폼법은 축구로 치면 감독이 손흥민에게 90분 내내 동선을 지시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특정 매출과 이용자 기준을 넘는 플랫폼을 대상으로 사전 규제가 시행되면 벤처업계의 활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출과 시장점유율, 회원 수 등을 기준으로 시장 지배적 플랫폼사업자를 지정해 사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감독(정부)이 할 일은 선수(스타트업)의 경로를 다 정해놓는 게 아니라 선수가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선수가 반칙을 한다면 그때 제재를 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사전 규제로 기업들에 지침을 주는 대신 대형 플랫폼이 시장 교란 행위를 하면 이를 사후 제재할 룰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감독은 11명의 선수가 운동장에서 각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뛸 수 있도록 큰 룰을 마련해놓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플랫폼법이 시행되면 주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들은 기술 경쟁력을 갖춰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규제가 기술 개발 여력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윤 회장은 “작은 한국 시장에서 마케팅 출혈 경쟁만 하면 자영업과 다를 게 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투자자는 스타트업이 향하는 최종 시장이 얼마나 큰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며 “스타트업들이 규제에 갇혀 작은 국내 시장에 머무른다면 당연히 기업가치도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민간 투자가 줄어들면 결국 정부 예산으로 벤처생태계를 떠받쳐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윤 회장은 “벤처기업의 발목을 잡는 법을 제정해놓고 지원 예산을 늘린다는 건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정부 자금으로 먹고사는 좀비 기업만 생긴다”고 지적했다. 창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막 창업하려는 사람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결국 창업이 성공하려면 자본과 연결돼야 한다”며 “투자가 위축되면 창업 생태계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DSC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회장이 이끄는 DSC인베스트먼트는 컬리, 무신사, 두나무, 직방 등을 초기에 발굴하고 투자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산실’로 불린다.
윤 회장은 “플랫폼법은 축구로 치면 감독이 손흥민에게 90분 내내 동선을 지시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특정 매출과 이용자 기준을 넘는 플랫폼을 대상으로 사전 규제가 시행되면 벤처업계의 활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출과 시장점유율, 회원 수 등을 기준으로 시장 지배적 플랫폼사업자를 지정해 사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감독(정부)이 할 일은 선수(스타트업)의 경로를 다 정해놓는 게 아니라 선수가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선수가 반칙을 한다면 그때 제재를 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사전 규제로 기업들에 지침을 주는 대신 대형 플랫폼이 시장 교란 행위를 하면 이를 사후 제재할 룰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감독은 11명의 선수가 운동장에서 각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뛸 수 있도록 큰 룰을 마련해놓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플랫폼법이 시행되면 주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들은 기술 경쟁력을 갖춰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규제가 기술 개발 여력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윤 회장은 “작은 한국 시장에서 마케팅 출혈 경쟁만 하면 자영업과 다를 게 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투자자는 스타트업이 향하는 최종 시장이 얼마나 큰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며 “스타트업들이 규제에 갇혀 작은 국내 시장에 머무른다면 당연히 기업가치도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민간 투자가 줄어들면 결국 정부 예산으로 벤처생태계를 떠받쳐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윤 회장은 “벤처기업의 발목을 잡는 법을 제정해놓고 지원 예산을 늘린다는 건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정부 자금으로 먹고사는 좀비 기업만 생긴다”고 지적했다. 창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막 창업하려는 사람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결국 창업이 성공하려면 자본과 연결돼야 한다”며 “투자가 위축되면 창업 생태계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