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회장을 선출할 사외이사의 ‘도덕성 논란’과 관련해 포스코그룹 측이 가장 우려하는 건 경영 공백이다. 포스코는 외풍에 굴복해 회장 후보추천위원회가 해산하면 그룹 경영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후추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등에서 예정된 절차를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후추위가 해산되면 회장 선임작업이 수개월 늦어지는데, 그동안 포스코의 중요 의사결정이 ‘올스톱’된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룹의 중요 의사 결정을 신임 회장이 선출되는 3월 이후로 모두 미뤄놨다”며 “아르헨티나에서 조달할 리튬 물량 확대 결정 등이 수개월 늦어지면 비즈니스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후추위는 다음달 중순 최종 1인의 후보를 선임할 예정이다. 몇몇 회장 후보 및 후추위에 포함된 사외이사의 ‘외유성’ 캐나다 해외 출장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3월 전에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롱리스트에 올라간 18명 중 1명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다. 이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흠결 있는 후추위가 선출했다는 이유로 회장 후보가 주주총회에서 거부될 수도 있다”며 “후추위를 다시 꾸리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KT도 후추위가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지난해 회장 선임을 3월에서 8월 말로 미룬 바 있다. 당시 KT는 임기가 남은 사외이사 3명을 주축으로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를 발족, 6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사외이사 7명을 선임했다. KT 주식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다. 회장 재임 기간에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다시 차기 회장을 뽑는 ‘짬짜미 공동 경영’의 사슬을 끊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KT 회장 선임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예정보다 5개월가량 늦어졌지만, 포스코는 선례가 있는 만큼 속도감 있게 후추위를 새로 구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후추위 위원 중 1~3명은 계속 사외이사를 맡게 한 뒤 이들을 중심으로 ‘후추위 결성 TF’를 만드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