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스 하워드·샘 록웰·헨리 카빌 주연
매혹적인 춤을 추던 두 사람. 하지만 르그랑지는 곧 아가일의 정체를 폭로하고, 댄스 플로어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그에게 총을 겨눈다. 아가일은 댄싱홀 밖에 있던 요원 와이어트(존 시나)의 도움을 받아 유유히 탈출한다. 와이어트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던 르그랑지를 한손으로 가볍게 낚아챈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 배경에 의문의 알파벳 문자들이 뜨더니, 우두둑 떨어진다. 알고 보니 도입부 시퀀스는 연작 스파이 소설 ‘아가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이제 막 집필을 끝낸 새로운 장의 내용이었다. 시퀀스의 마지막 장면은 엘리의 엄마(캐서린 오하라)가 소설의 결말을 마뜩잖게 여기는 것을 보여준다. 엘리는 결말을 제대로 쓰고자 멀리 사는 부모의 집으로 향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엘리의 반응처럼 대부분의 관객도 그렇게 여길 듯싶다. 이런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로부터 극을 구하기 위해 식상하지만 그럴듯하게 상황을 설명해주는 설정이 등장한다. 역시나 알고 보니 엘리는 사고로 뇌를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역시나 현실 세계의 중대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기억을 잃기 전인 엘리의 진정한 정체가 쥐고 있다.
‘킹스맨’ 시리즈보다 코믹한 요소가 더 강해졌다. 매슈 본 감독의 실제 반려묘인 앨피가 액션을 펼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엘리와 에이든이 엘피와 함께 밑에 깔린 푹신한 매트리스를 믿고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 가벼운 고양이 엘피가 높이 튀어오르며 짓는 표정이 많은 웃음을 유발한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 수는 있다. 처음엔 둔해 보였던 엘리가 스케이트를 신고 날렵하게 기름(원유) 위를 활공하면서 ‘칼춤’을 추거나, 에이든이 형형색색의 연막탄을 터트려 끝없이 몰려드는 적들을 제압하는 장면도 즐길 만하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