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 표정 연기 일품···'킹스맨'보다 더 웃기고 엉뚱해진 '아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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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본 감독의 신작 스파이 액션 영화
브라이스 하워드·샘 록웰·헨리 카빌 주연
브라이스 하워드·샘 록웰·헨리 카빌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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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아가일 패턴’이 화면에 가득하다. 패턴을 이루는 중앙의 작은 다이아몬드 문양에 뜬 실사 화면이 점점 커지더니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가 연기하는 매력적인 악당 르그랑지가 등장한다. 르그랑지는 잘생긴 ‘레전드 스파이’ 아가일(헨리 카빌 분)에게 다가서더니 “스타일만큼이나 춤도 잘 췄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한다. “알아볼 방법은 하나죠”라고 답한 아가일은 르그랑지의 손을 이끌고 댄스 플로어 중앙으로 간다.
매혹적인 춤을 추던 두 사람. 하지만 르그랑지는 곧 아가일의 정체를 폭로하고, 댄스 플로어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그에게 총을 겨눈다. 아가일은 댄싱홀 밖에 있던 요원 와이어트(존 시나)의 도움을 받아 유유히 탈출한다. 와이어트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던 르그랑지를 한손으로 가볍게 낚아챈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매슈 본 감독의 신작 영화 ‘아가일’의 도입부 주요 장면들이다. 개봉 전 일찍이 공개된 예고편 초반에도 등장한다. ‘스파이 액션 영화’ 장르에 익숙하다면 도입부 장면들을 영화의 중심 플롯이 전개되기 직전에 으레 나오는 ‘맛뵈기 액션 시퀀스’로 여기기 쉽다. ‘자, 본편에서는 아가일과 존 시나, 르그랑지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하고 기대할 듯싶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 배경에 의문의 알파벳 문자들이 뜨더니, 우두둑 떨어진다. 알고 보니 도입부 시퀀스는 연작 스파이 소설 ‘아가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이제 막 집필을 끝낸 새로운 장의 내용이었다. 시퀀스의 마지막 장면은 엘리의 엄마(캐서린 오하라)가 소설의 결말을 마뜩잖게 여기는 것을 보여준다. 엘리는 결말을 제대로 쓰고자 멀리 사는 부모의 집으로 향한다. 그렇다고 스파이 액션물 같은 도입부와는 달리 작가의 고뇌를 드러내는 진지한 드라마를 기대하면 안 된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엘리의 맞은 편에 후줄근한 ‘현실 스파이’ 에이든(샘 록웰)이 나타나고, 수많은 공격으로부터 엘리를 구해준다. 그는 소설 ‘아가일’ 속 사건이 현실이 됐고, 그로 인해 엘리가 스파이들의 표적이 됐다고 말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엘리의 반응처럼 대부분의 관객도 그렇게 여길 듯싶다. 이런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로부터 극을 구하기 위해 식상하지만 그럴듯하게 상황을 설명해주는 설정이 등장한다. 역시나 알고 보니 엘리는 사고로 뇌를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역시나 현실 세계의 중대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기억을 잃기 전인 엘리의 진정한 정체가 쥐고 있다. 다소 진부하긴 하지만 스파이 액션물에서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내용을 매슈 본 감독은 전작 ‘킹스맨’ 시리즈에서 보여준 것 같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허의 전개와 기발한 액션 설계로 밀어붙인다. 소설 속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아가일이 자주 등장해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은 뇌 손상을 입은 엘리의 환각으로 설정하고 실제 장면과 그럴싸하게 버무린다.
‘킹스맨’ 시리즈보다 코믹한 요소가 더 강해졌다. 매슈 본 감독의 실제 반려묘인 앨피가 액션을 펼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엘리와 에이든이 엘피와 함께 밑에 깔린 푹신한 매트리스를 믿고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 가벼운 고양이 엘피가 높이 튀어오르며 짓는 표정이 많은 웃음을 유발한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 수는 있다. 처음엔 둔해 보였던 엘리가 스케이트를 신고 날렵하게 기름(원유) 위를 활공하면서 ‘칼춤’을 추거나, 에이든이 형형색색의 연막탄을 터트려 끝없이 몰려드는 적들을 제압하는 장면도 즐길 만하다. 진지한 첩보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오히려 자유로운 감성을 강조한 코믹함이나 다분히 물리적인 법칙을 무시하고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 장면 등 포스트모던(post-modern)한 요소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매혹적인 춤을 추던 두 사람. 하지만 르그랑지는 곧 아가일의 정체를 폭로하고, 댄스 플로어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그에게 총을 겨눈다. 아가일은 댄싱홀 밖에 있던 요원 와이어트(존 시나)의 도움을 받아 유유히 탈출한다. 와이어트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던 르그랑지를 한손으로 가볍게 낚아챈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매슈 본 감독의 신작 영화 ‘아가일’의 도입부 주요 장면들이다. 개봉 전 일찍이 공개된 예고편 초반에도 등장한다. ‘스파이 액션 영화’ 장르에 익숙하다면 도입부 장면들을 영화의 중심 플롯이 전개되기 직전에 으레 나오는 ‘맛뵈기 액션 시퀀스’로 여기기 쉽다. ‘자, 본편에서는 아가일과 존 시나, 르그랑지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하고 기대할 듯싶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 배경에 의문의 알파벳 문자들이 뜨더니, 우두둑 떨어진다. 알고 보니 도입부 시퀀스는 연작 스파이 소설 ‘아가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이제 막 집필을 끝낸 새로운 장의 내용이었다. 시퀀스의 마지막 장면은 엘리의 엄마(캐서린 오하라)가 소설의 결말을 마뜩잖게 여기는 것을 보여준다. 엘리는 결말을 제대로 쓰고자 멀리 사는 부모의 집으로 향한다. 그렇다고 스파이 액션물 같은 도입부와는 달리 작가의 고뇌를 드러내는 진지한 드라마를 기대하면 안 된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엘리의 맞은 편에 후줄근한 ‘현실 스파이’ 에이든(샘 록웰)이 나타나고, 수많은 공격으로부터 엘리를 구해준다. 그는 소설 ‘아가일’ 속 사건이 현실이 됐고, 그로 인해 엘리가 스파이들의 표적이 됐다고 말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엘리의 반응처럼 대부분의 관객도 그렇게 여길 듯싶다. 이런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로부터 극을 구하기 위해 식상하지만 그럴듯하게 상황을 설명해주는 설정이 등장한다. 역시나 알고 보니 엘리는 사고로 뇌를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역시나 현실 세계의 중대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기억을 잃기 전인 엘리의 진정한 정체가 쥐고 있다. 다소 진부하긴 하지만 스파이 액션물에서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내용을 매슈 본 감독은 전작 ‘킹스맨’ 시리즈에서 보여준 것 같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허의 전개와 기발한 액션 설계로 밀어붙인다. 소설 속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아가일이 자주 등장해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은 뇌 손상을 입은 엘리의 환각으로 설정하고 실제 장면과 그럴싸하게 버무린다.
‘킹스맨’ 시리즈보다 코믹한 요소가 더 강해졌다. 매슈 본 감독의 실제 반려묘인 앨피가 액션을 펼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엘리와 에이든이 엘피와 함께 밑에 깔린 푹신한 매트리스를 믿고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 가벼운 고양이 엘피가 높이 튀어오르며 짓는 표정이 많은 웃음을 유발한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 수는 있다. 처음엔 둔해 보였던 엘리가 스케이트를 신고 날렵하게 기름(원유) 위를 활공하면서 ‘칼춤’을 추거나, 에이든이 형형색색의 연막탄을 터트려 끝없이 몰려드는 적들을 제압하는 장면도 즐길 만하다. 진지한 첩보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오히려 자유로운 감성을 강조한 코믹함이나 다분히 물리적인 법칙을 무시하고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 장면 등 포스트모던(post-modern)한 요소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