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외식물가 덩달아 상승…이직할 때 '식대 제공' 여부 고려도
물가 상승에 늘어나는 '도시락족'…"외식커녕 구내식당도 부담"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자주 이용하던 구내식당이 최근 가격을 올리자 '도시락족'이 되기로 결심했다.

점심시간에 저렴하게 이용하던 구내식당조차 한 끼에 500원씩 올리자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28)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원래 부서에 도시락을 챙겨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엔 10명 중 4명은 도시락을 싸 온다"며 "외식을 하던 사람들은 구내식당을 가고, 구내식당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도시락이랑 간편식을 먹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치솟는 밥상 물가에 보다 저렴한 점심을 찾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식사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아예 도시락이나 간편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느끼는 식사비 부담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구내식당 식사비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1로 전년 대비 6.9% 올랐다.

이 상승률은 구내식당 식사비 관련 통계가 발표된 2001년 이후 역대 최고치로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1.9배에 달한다.

물가 상승에 늘어나는 '도시락족'…"외식커녕 구내식당도 부담"
2013년부터 11년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돈 외식 물가도 직장인의 점심 밥상이 단출해지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6.0%로 전년(7.7%)보다는 소폭 둔화했으나 2022년을 제외하면 1994년(6.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직장인 엄모(28)씨는 최근 직장에서 점심 식대 지원이 끊겨 도시락을 챙겨 다니고 있다.

엄씨는 "도시락과 커피를 포함한 하루 식비 원가를 4천원으로 제한하려고 한다"면서 "점심을 밖에서 먹으면 도저히 맞출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씁쓸해했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신모(28)씨는 다음 직장을 고르는 기준으로 아예 점심 식대 제공 여부를 꼽았다.

신씨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는 점심 식대를 제공해주지 않아 한 달에 20만원 넘게 쓰고 있다"며 "부담스러운 점심값에 혼자 밥을 먹으려고 하지만 팀원의 점심 권유에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매일 지출해야 하는 점심 식대의 경우 작은 가격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정기적 지출 품목은 가격 인상을 감수하면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일상적으로 지출하는 식사 비용은 작은 인상에도 대안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