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계 공룡들, 11일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손쉽게 투자할 수 있지만 '화폐기능·익명성'은 약화
[Q&A] 비트코인 현물ETF 美상장 승인…가격 호재 이어질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진통 끝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미국에는 지금껏 비트코인 선물을 다루는 ETF만 있었다.

이와 달리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하는 ETF의 출범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비트코인 현물 ETF는 무엇인가
▲ 상장개방형 펀드로도 불리는 ETF는 주가지수나 금, 은 등 특정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다.

실물을 사지 않고도 해당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증권거래소에서 간단히 사고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어왔다.

수익률은 해당 ETF 포트폴리오에 담긴 자산들의 가격 등락에 따라 실시간으로 결정된다.

현지시간으로 10일 SEC가 증권거래소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현물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다.

2021년부터 있었던 기존의 비트코인 선물 ETF는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관련 선물만 다뤘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시가에 맞춰 실시간으로 매입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AP 통신과 BBC 방송 등은 설명했다.

SEC의 승인 결정에 앞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아크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비트와이즈 애셋매니지먼트, 발키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등은 모두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신청했다.

이 ETF들은 11일부터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시작으로 이후 유사한 ETF들의 상장이 잇따를 전망이다.

-- 비트코인 직접투자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 일단은 직접 매입과 달리 투자자의 손에 비트코인이 실제로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기능을 쓰지 않고 순전히 투자 대상으로만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해당 ETF를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영업 및 관리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매길 수 있다는 점도 차이로 꼽힌다.

비트코인을 직접 살 경우에는 거래 수수료 외에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투자는 대형 금융기관을 통하기에 직접 비트코인을 구매했을 때만큼 '익명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 이번 조처에 큰 관심이 쏠린 이유는 무엇인가
▲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며 ETF를 운용할 길이 열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전자지갑을 따로 개설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뒤질 필요 없이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손쉽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최소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에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나라들에선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 시세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소수의견도 있지만, 다수는 미국 금융계 공룡들이 일제히 관련 시장에 뛰어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조만간 승인할 것이란 전망이 고조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약 70%나 급등한 상황이다.

암호화폐 옹호자들은 엇갈리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부는 2008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 한동안 제도권 바깥에 머물렀던 비트코인이 드디어 세계 금융시장의 주류에 편입될 것이며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중앙은행과 정부의 통제·감시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 화폐를 내세운 비트코인의 출범 취지가 흐려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운용하는 투자은행들의 입장에서 비트코인은 미국 달러화를 벌기 위한 투자대상 중 하나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없다는 주장이다.

-- 투자와 관련해 주의할 지점은
▲ 비트코인은 시세가 불안정하기로 악명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로서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중앙화폐를 대체한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시세가 고공행진을 거듭해 2021년 11월 기준으로 개당 6만8천달러(약 9천만원)까지 치솟더니, 불과 1년 뒤에는 개당 2만 달러(약 2천600만원) 안팎으로 고꾸라졌다.

2022년에는 한때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였던 FTX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파산하면서 고객 자금을 빼돌리고 사기와 돈세탁, 주먹구구식 경영을 해 온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아서 SEC는 지금껏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을 거듭 반려해 왔다.

이날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 건 미 연방항소법원이 작년 8월 비트코인 ETF 상장 불허에 불만을 품고 소송을 제기한 금융기관인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결과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거래 승인 사실을 밝히면서도 이는 SEC가 비트코인을 지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랜섬웨어나 돈세탁, 제재 회피, 테러 재원 조달 등 불법 활동에도 쓰이는 투기적이고 불안정한 자산이다"라면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연동된 상품의 무수한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 발표에 앞서 가짜뉴스 소동이 있었다는데
▲ 비트코인 현물 ETF의 미국 증시 상장 승인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9일 SEC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이 누군가에 의해 해킹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는 '가짜뉴스'가 올려진 것이다.

당국은 계정이 해킹됐다며 곧바로 승인 소식을 부인하고 해당 글을 삭제했으나,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3% 가까이 급등했다가 다시 7%가량 추락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SEC 계정은 아이디와 암호 외의 추가적 본인 확인 절차인 2단계 인증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까닭에 해킹에 취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SEC는 연방수사국(FBI)이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SEC의 엑스 계정이 해킹된 건 비트코인 시세를 조작하려는 사기꾼들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지녔는지와 함께 SEC가 이들을 멈출 능력이 있는지와 관련해서도 의문을 제기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