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쟁은 총 아닌 반도체로"…대통령실, 국가안보실 3차장 신설
대통령실이 경제 안보를 전담하는 국가안보실 3차장직을 신설했다. 인수위 시절부터 “요즘 전쟁은 총이 아니라 반도체로 하는 것”이라며 경제·기술·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이 직제 개편을 통해 이 분야에 더욱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사진)이 차관급으로 승진해 신임 3차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9일 “공급망 교란이 상시화되고 핵심·신흥 기술의 초격차 확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는 등 경제안보와 과학기술의 우위 확보가 국가 안보를 좌우하고 있다”며 “복합 안보위기에 더욱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한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 및 국민 민생 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직제 개편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으로 국가안보실은 기존 1실장 2차장 7비서관 체제에서 1실장 3차장 7비서관 체제로 바뀐다. 1차장은 외교안보, 2차장은 국방안보, 3차장은 경제안보를 담당한다. 3차장은 과학기술 및 사이버 안보도 총괄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와 안보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규정하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글로벌 경제안보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하면서 핵심 산업 및 민생과 직결된 광물, 소재, 부품의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력을 확실하게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여권에서는 그동안 대통령실 내 경제안보 컨트롤타워가 1급 비서관이다보니 각 부처와의 협업에 제한이 있었는데, 이번 개편으로 차관급인 차장이 총괄하게 되면서 더욱 효율적으로 부처 간 공동 업무가 가능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왕 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실에 경제안보비서관직을 신설하면서 영입됐다. 인수위 시절엔 경제2분과 인수위원을 지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출신으로 SK그룹에서도 오래 근무했다. 연구원과 기업을 두루 거쳐 이론과 현장에 모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예일대)에서 공부하고 중국(SK차이나)에서 근무해 미·중 양국을 모두 잘 아는 인물이라는 해석도 있다. SK그룹 근무시절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제 과외교사’로도 불렸다. 한국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해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르면 10일 외교부 2차관에 강인선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에 강경성 2차관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