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 총명은 갈고 닦아야 빛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중학교 다닐 때 IQ(intelligence quotient) 검사를 했다. 며칠 뒤 담임선생님이 결과를 발표했다. 130점 넘는 학생이 1명, 120점과 110점대는 네다섯 명쯤 불렀다. 나머지는 개별적으로 점수를 알려줬다. 나는 108점이었다. 선생님은 점수 발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아이큐 테스트를 설명했다. “이 지능지수(知能指數) 검사는 지능의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거라 상대적이다. 잠재력을 나타내는 거니만큼 점수에 상관없이 노력이 중요하다”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에 돌아와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다른 학생들은”이라고 말문을 열자 아버지는 “다른 학생들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중심이다. 괴금(塊金) 이로구나”라며 큰소리 내 웃었다. 곧바로 “괴금이란 덩어리 상태의 금이란 말이다. 그거면 됐다. 사람들이 고대로부터 가장 귀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원소가 금이다. 머리가 비상하구나. 할아버지와 아비를 닮았으니 그럴 거다”라고 흡족해했다. 기분 좋은 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그런데 하필이면 108이냐? 하긴 인생이 온통 백팔번뇌(百八煩惱) 덩어리긴 하다”고 해 기억이 생생하다. 이어 “네가 받은 그 점수는 금덩어리를 깎은 정도를 뜻한다. 지능이 완전히 발달한 성취물이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한 수준이다. 앞으로 연금술을 써서 가공해야 한다. 금반지를 비롯해 장신구를 만드는 이외에도 치과, 의료 등 여러 분야에 요긴하게 쓰일 거다. 뭐로 만들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귀한데 쓰일 머리다”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침 손님이 오자 절을 시킨 뒤 “큰아들입니다. 자식 자랑 같지만, 애가 머리가 비상합니다. 그런데 제 머리만 믿고 공부는 안 하고 딴짓만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저 말씀은 내게 직접 한 일은 없고, 내가 듣게 다른 이들에게만 수도 없이 했다. 그게 자식을 칭찬하고 공부를 다그치는 아버지의 학업 독려법이란 걸 깨달은 건 한참 자라서였다. 그날 아버지는 다시 불러 “총명은 갈고 닦아야 빛난다. 갈고 닦지 않으면 흙에 묻힌 채 나뒹구는 돌덩어리에 불과하다”라며 고사성어 ‘이총목명(耳聰目明)’을 인용했다. 아버지는 “예수보다 300살은 많은 중국의 성현 순자(荀子, 기원전 313-238)가 공부의 비법이 눈과 귀에 달려 있음을 밝힌 명언이다.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게 중요함을 참으로 잘 그려냈다. 그 명언을 줄인 말이 이총목명이고 더 줄인 말이 바로 총명(聰明)이다”라고 했다.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한 저 성어는 순자의 권학(勸學) 편에 나온다. “눈은 한꺼번에 두 가지를 똑똑히 볼 수 없고, 귀는 한꺼번에 두 가지를 똑똑히 들을 수 없다[目不能兩視而明 耳不能兩聽而聰].”
훗날 아버지는 “귀 밝을 총(聰)자는 파자하면 귀 이(耳)자와 총명할 총(悤)자가 결합한 말이다. 총(悤)자는 사람의 머리와 심장을 같이 그렸다. 거기에 귀 이(耳)를 합해 ‘귀가 밝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이해력이 빨라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라는 뜻이다”라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는 “눈이 아무리 좋아도 두 가지를 한 번에 볼 수는 없다. 귀도 마찬가지다. 총명을 갈고 닦는 최고의 연금술이 공부다. 공부 잘하는 비결은 주목(注目)이다. ‘눈길을 한 곳에 쏟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눈팔아서는 안 된다. 입은 닫고 귀는 열어라. 주목은 몰두(沒頭)해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내가 몰두하지 못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목표가 불분명하다. 그러니 당연히 도전적이지 않다. 도전적이지 않으면, 그 일에 몰두하기가 어렵다. 또 중간에 끊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으면,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중하려면 끈기가 있어야 한다. 끈기는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게 아니다. 꾸준한 노력과 실천을 통해 키울 수 있다”라고 했다. 끈기 있게 추진하는 방법으로 “‘그 공부는 언제까지 마친다’라는 시간제한을 두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단 공부뿐만이 아니라 일이 성사되자면 추진에 필요한 게 끈기다. 그 또한 한참 자라는 손주들에게도 서둘러 물려줘야 할 소중한 인성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조성권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집에 돌아와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다른 학생들은”이라고 말문을 열자 아버지는 “다른 학생들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중심이다. 괴금(塊金) 이로구나”라며 큰소리 내 웃었다. 곧바로 “괴금이란 덩어리 상태의 금이란 말이다. 그거면 됐다. 사람들이 고대로부터 가장 귀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원소가 금이다. 머리가 비상하구나. 할아버지와 아비를 닮았으니 그럴 거다”라고 흡족해했다. 기분 좋은 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그런데 하필이면 108이냐? 하긴 인생이 온통 백팔번뇌(百八煩惱) 덩어리긴 하다”고 해 기억이 생생하다. 이어 “네가 받은 그 점수는 금덩어리를 깎은 정도를 뜻한다. 지능이 완전히 발달한 성취물이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한 수준이다. 앞으로 연금술을 써서 가공해야 한다. 금반지를 비롯해 장신구를 만드는 이외에도 치과, 의료 등 여러 분야에 요긴하게 쓰일 거다. 뭐로 만들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귀한데 쓰일 머리다”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침 손님이 오자 절을 시킨 뒤 “큰아들입니다. 자식 자랑 같지만, 애가 머리가 비상합니다. 그런데 제 머리만 믿고 공부는 안 하고 딴짓만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저 말씀은 내게 직접 한 일은 없고, 내가 듣게 다른 이들에게만 수도 없이 했다. 그게 자식을 칭찬하고 공부를 다그치는 아버지의 학업 독려법이란 걸 깨달은 건 한참 자라서였다. 그날 아버지는 다시 불러 “총명은 갈고 닦아야 빛난다. 갈고 닦지 않으면 흙에 묻힌 채 나뒹구는 돌덩어리에 불과하다”라며 고사성어 ‘이총목명(耳聰目明)’을 인용했다. 아버지는 “예수보다 300살은 많은 중국의 성현 순자(荀子, 기원전 313-238)가 공부의 비법이 눈과 귀에 달려 있음을 밝힌 명언이다.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게 중요함을 참으로 잘 그려냈다. 그 명언을 줄인 말이 이총목명이고 더 줄인 말이 바로 총명(聰明)이다”라고 했다.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한 저 성어는 순자의 권학(勸學) 편에 나온다. “눈은 한꺼번에 두 가지를 똑똑히 볼 수 없고, 귀는 한꺼번에 두 가지를 똑똑히 들을 수 없다[目不能兩視而明 耳不能兩聽而聰].”
훗날 아버지는 “귀 밝을 총(聰)자는 파자하면 귀 이(耳)자와 총명할 총(悤)자가 결합한 말이다. 총(悤)자는 사람의 머리와 심장을 같이 그렸다. 거기에 귀 이(耳)를 합해 ‘귀가 밝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이해력이 빨라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라는 뜻이다”라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는 “눈이 아무리 좋아도 두 가지를 한 번에 볼 수는 없다. 귀도 마찬가지다. 총명을 갈고 닦는 최고의 연금술이 공부다. 공부 잘하는 비결은 주목(注目)이다. ‘눈길을 한 곳에 쏟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눈팔아서는 안 된다. 입은 닫고 귀는 열어라. 주목은 몰두(沒頭)해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내가 몰두하지 못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목표가 불분명하다. 그러니 당연히 도전적이지 않다. 도전적이지 않으면, 그 일에 몰두하기가 어렵다. 또 중간에 끊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으면,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중하려면 끈기가 있어야 한다. 끈기는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게 아니다. 꾸준한 노력과 실천을 통해 키울 수 있다”라고 했다. 끈기 있게 추진하는 방법으로 “‘그 공부는 언제까지 마친다’라는 시간제한을 두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단 공부뿐만이 아니라 일이 성사되자면 추진에 필요한 게 끈기다. 그 또한 한참 자라는 손주들에게도 서둘러 물려줘야 할 소중한 인성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조성권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