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대립에서 비롯된 ‘정치 테러’로 상처를 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로 이송돼 치료받은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많다. 가장 주목할 것은 “지역 의료계를 무시하고 응급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았다”는 부산광역시 의사회 규탄 성명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부산 의사들이 조목조목 제기한 문제점은 단순한 뒷공론이 아니라 충분히 일리가 있는 비판적 주장이다.

분노가 밴 성명서를 발표한 부산 의료계의 문제 제기는 크게 봐서 세 가지로 정리된다. 지역 상급종합병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부산대병원의 응급외상센터를 떠나 몇 시간을 허비해 가며 서울로 이동한 것과 그 과정 및 이후에 나온 민주당 관계자들 언사에 대한 비판이다. 한마디로 야당 대표도 지역 의료 수준을 못 믿는다는 것을 공공연히 드러내 우리 사회의 큰 숙제인 ‘지역 의료 불신’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성명서는 또 “심각한 응급상황이 아니었음에도 119 헬기를 전용한 것은 그 시간대에 헬기 이송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사용 기회를 강탈한 것”이라며 통상 응급체계를 무시한 위선적 특권 행태를 문제 삼았다. 부산 의사회는 나아가 “포퓰리즘에 입각한 ‘지역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안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 상처에 대해서는 서울대병원에서도 다소 신중한 의견이 나온 만큼 어느 쪽 주장이 절대적이라고 단정하기 이르다. 하지만 지역 의료의 근본 문제점과 분명한 원칙 및 효율적인 응급체계 운용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안 그래도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으로 진료 쏠림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지역 의료계의 위기의식이 가중돼 왔다. 최근 의사 부족으로 재촉발된 의료체계 혁신론도 결국 이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런 상항에서 이 대표의 특권적 서울 이송 치료가 불거졌다. 시종일관 험한 표현이 넘치는 성명을 보면 부산뿐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 의료인들의 지금 심정은 헤아리고도 남는다. 결자해지해야 할 판에 민주당발 궤변이 잇따르니 의료 혁신은커녕 총선을 앞두고 정치 냉소를 가속화할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