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끼리'·'려명'에서 관련 코너 삭제
'남한은 교전국' 선언한 북한, 선전매체에서 '통일' 지웠다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한 북한이 각종 선전매체에서 '통일' 지우기에 나섰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홈페이지에 있던 '통일은 우리민족끼리' 코너를 삭제하고 '조선말대사전' 코너로 대체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당초 '통일은 우리민족끼리' 코너에는 북한이 1997년 발표한 통일 정책인 '조국통일 3대 헌장'과 함께 '6·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등 과거 남북 정상 간 이뤄진 여러 합의들이 소개됐었다.

'우리민족끼리'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산하의 륙일오편집사가 운영하는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다.

북한에서 남북교류사업을 담당하는 민족화해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대외 선전매체 '려명' 홈페이지에서도 이날 대남 관련 소식을 전하던 '평화와 통일의 지름길', '민족의 화해와 단합', '6·15 통일시대' 코너가 일제히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코너는 전날까지도 유지됐는데 하루새 삭제된 것이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노선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선언한 데 따른 후속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시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최선희 외무상은 새해 첫날 곧바로 대남 관계 부문 일꾼(간부)들과 함께 협의회를 열어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대남 선전매체나 관련 기구의 명칭을 바꾸는 등 개편·폐지를 본격화하리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전날 공개 보고서에서 북한이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정찰총국 등 대적·대외사업 부문은 대폭 강화하고 통일전선부 산하 조평통·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족화해협의회는 폐지·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