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딜레마…美의 네덜란드 노광장비 '차단'에 대응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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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광물 수출 통제로 맞서 왔던 中, 이번엔 아직 대응 카드 제시 없어
美디리스킹에 EU 가세 본격화 우려 기색…저강도 대응 속 반도체 자립 박차
중국이 미국의 압력으로 네덜란드 ASML이 첨단반도체 생산 장비 수출을 철회한 데 대해 대응할지를 두고 딜레마에 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은 그동안 게르마늄·갈륨·흑연 등 첨단반도체 원료 수출 중단으로 맞서왔으나, 이번엔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이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공세에 본격적으로 가세할 걸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 새해 벽두 美 '일격'…中 "패권주의" 비난하지만 '뾰족한 수' 없어
결과를 놓고 볼 때 중국으로선 미국의 일격을 사전에 알아채지 못한 듯하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압력성 요청으로 네덜란드가 대(對)중국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수출 중단에 합의했으나, ASML 입장에선 올해 1월까지는 중국 수출이 가능했다.
이를 이용해 중국은 DUV 노광장비 3대를 받으려 했으나, 이를 알아챈 미국이 네덜란드 당국에 수송 중단을 요청함으로써 중국의 시도가 좌절됐다.
ASML은 1일(이하 현지시간)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2023년 NXT:2050i, NXT:2100i 노광장치 수송 면허를 부분적으로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중국 수출용이었다.
반도체 기판에 회로 패턴을 새겨넣는 리소그래피(Lithography·석판인쇄) 같은 공정은 매우 복잡한 광학과 정밀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가 필요하다.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중국은 그보다 하위 성능인 DUV 장비에 눈독을 들여왔으나 실패로 끝났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이 DUV 장비 수출 제한을 확대하자 중국의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관련 장비 수입에 혈안이 됐다.
중국은 작년 11월 42개의 리소그래피 시스템, 8억1천680만달러(약 1조720억원) 어치를 수입했으며 이로써 같은 달 네덜란드산 관련 장비 수입 증가율은 무려 1천50%에 달했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9일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뚫고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첨단 반도체가 장착된 새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후 미국은 대중국 봉쇄망을 조이면서 반격을 준비해왔다.
미국은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를 뜯어 분석한 결과, 중국 반도체 기업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DUV 리소그래피 기계를 이용해 7나노 반도체 칩을 만들어 화웨이에 공급한 것으로 결론 내렸고, 이번에 DUV의 중국 유입을 차단했다.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2일 미국의 ASML 수출 차단 조치를 패권주의적 행태라고 비난하면서 중국 괴롭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나, 중국으로선 반격 카드가 마땅치 않다.
◇ 올해 대선 앞둔 美, 디리스킹 강공 기세…고민 깊어지는 中
사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올해 고강도 디리스킹 압박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강공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동맹 외교를 축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디리스킹을 통한 경제 제재의 고삐를 바짝 조여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중국 압박의 고삐를 더 죌 기세다.
이변이 없다면 다시 공화당 후보로 나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한 '중국 때리기' 공세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기술 등을 첨단 무기 제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디리스킹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들이밀면서,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옥죄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아 왔다.
이미 2019년 5월 화웨이를 겨냥한 5G 반도체 칩 수출 금지를 시작으로, 2022년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AI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했으며 지난해 5월부터 디리스킹을 본격화했다.
작년 8월 9일에는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AI 등 3개 분야와 관련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자본 투자도 규제해 돈줄도 틀어막았다.
중국으로선 올해 미국 이외에 EU의 디리스킹 공세도 막아야 하는 탓에 난감한 처지다.
작년 10월 3일 EU 집행위원회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 평가에 착수했으며, 올해부터는 관련 분야의 기술 수출 통제 등 대중국 디리스킹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의 디리스킹에 맞서 유럽을 우회로로 여겨왔으나, 이마저도 봉쇄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중국은 그동안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광물 수출 통제 카드로 미국 등의 디리스킹에 대응해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련 광물 대체 생산국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중국으로선 고민거리다.
◇ 中, 일단 '저강도 대응' 관측…반도체 자립에 더 박차 가할 듯
일단 중국은 저강도 대응을 택한 기색이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엔 국가 안보를 핑계로 다른 나라를 대중국 과학기술 봉쇄에 참여토록 협박하지 말라고, 네덜란드엔 계약 정신을 존중하라고 각각 촉구하면서도 별다른 맞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미국과 네덜란드를 동시에 적으로 삼는 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디리스킹의 고삐를 죌 미국 등과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자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세계 최대의 반도체 소비지라는 점을 부각하는 식의 저강도 대응을 할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전력을 기울이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4년 국가 차원의 반도체 기금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영어명 빅펀드)을 설립한 중국은 각종 부패 스캔들에도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長江存儲科技·YMTC), SMIC를 육성해왔다.
대기금의 1기 기금 규모는 1천380억위안(약 25조1천900억원)이며, 2019년 설립된 2기 기금 규모는 2천억위안(약 36조5천억원) 이상이다.
상하이시도 자체 반도체 기금을 조성해 현재 285억위안(약 5조2천억원) 규모로 키웠다.
'제조 허브' 광둥성도 110억위안(약 2조79억원) 규모 '광둥 반도체·집적회로산업 투자 펀드 Ⅱ'를 설립했다.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서방이 디리스킹으로 옥죄는 상황에서도 끝내 '굴기'할 것이라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연합뉴스
美디리스킹에 EU 가세 본격화 우려 기색…저강도 대응 속 반도체 자립 박차
중국이 미국의 압력으로 네덜란드 ASML이 첨단반도체 생산 장비 수출을 철회한 데 대해 대응할지를 두고 딜레마에 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은 그동안 게르마늄·갈륨·흑연 등 첨단반도체 원료 수출 중단으로 맞서왔으나, 이번엔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이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공세에 본격적으로 가세할 걸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 새해 벽두 美 '일격'…中 "패권주의" 비난하지만 '뾰족한 수' 없어
결과를 놓고 볼 때 중국으로선 미국의 일격을 사전에 알아채지 못한 듯하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압력성 요청으로 네덜란드가 대(對)중국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수출 중단에 합의했으나, ASML 입장에선 올해 1월까지는 중국 수출이 가능했다.
이를 이용해 중국은 DUV 노광장비 3대를 받으려 했으나, 이를 알아챈 미국이 네덜란드 당국에 수송 중단을 요청함으로써 중국의 시도가 좌절됐다.
ASML은 1일(이하 현지시간)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2023년 NXT:2050i, NXT:2100i 노광장치 수송 면허를 부분적으로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중국 수출용이었다.
반도체 기판에 회로 패턴을 새겨넣는 리소그래피(Lithography·석판인쇄) 같은 공정은 매우 복잡한 광학과 정밀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가 필요하다.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중국은 그보다 하위 성능인 DUV 장비에 눈독을 들여왔으나 실패로 끝났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이 DUV 장비 수출 제한을 확대하자 중국의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관련 장비 수입에 혈안이 됐다.
중국은 작년 11월 42개의 리소그래피 시스템, 8억1천680만달러(약 1조720억원) 어치를 수입했으며 이로써 같은 달 네덜란드산 관련 장비 수입 증가율은 무려 1천50%에 달했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9일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뚫고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첨단 반도체가 장착된 새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후 미국은 대중국 봉쇄망을 조이면서 반격을 준비해왔다.
미국은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를 뜯어 분석한 결과, 중국 반도체 기업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DUV 리소그래피 기계를 이용해 7나노 반도체 칩을 만들어 화웨이에 공급한 것으로 결론 내렸고, 이번에 DUV의 중국 유입을 차단했다.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2일 미국의 ASML 수출 차단 조치를 패권주의적 행태라고 비난하면서 중국 괴롭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나, 중국으로선 반격 카드가 마땅치 않다.
◇ 올해 대선 앞둔 美, 디리스킹 강공 기세…고민 깊어지는 中
사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올해 고강도 디리스킹 압박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강공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동맹 외교를 축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디리스킹을 통한 경제 제재의 고삐를 바짝 조여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중국 압박의 고삐를 더 죌 기세다.
이변이 없다면 다시 공화당 후보로 나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한 '중국 때리기' 공세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기술 등을 첨단 무기 제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디리스킹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들이밀면서,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옥죄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아 왔다.
이미 2019년 5월 화웨이를 겨냥한 5G 반도체 칩 수출 금지를 시작으로, 2022년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AI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했으며 지난해 5월부터 디리스킹을 본격화했다.
작년 8월 9일에는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AI 등 3개 분야와 관련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자본 투자도 규제해 돈줄도 틀어막았다.
중국으로선 올해 미국 이외에 EU의 디리스킹 공세도 막아야 하는 탓에 난감한 처지다.
작년 10월 3일 EU 집행위원회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 평가에 착수했으며, 올해부터는 관련 분야의 기술 수출 통제 등 대중국 디리스킹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의 디리스킹에 맞서 유럽을 우회로로 여겨왔으나, 이마저도 봉쇄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중국은 그동안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광물 수출 통제 카드로 미국 등의 디리스킹에 대응해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련 광물 대체 생산국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중국으로선 고민거리다.
◇ 中, 일단 '저강도 대응' 관측…반도체 자립에 더 박차 가할 듯
일단 중국은 저강도 대응을 택한 기색이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엔 국가 안보를 핑계로 다른 나라를 대중국 과학기술 봉쇄에 참여토록 협박하지 말라고, 네덜란드엔 계약 정신을 존중하라고 각각 촉구하면서도 별다른 맞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미국과 네덜란드를 동시에 적으로 삼는 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디리스킹의 고삐를 죌 미국 등과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자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세계 최대의 반도체 소비지라는 점을 부각하는 식의 저강도 대응을 할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전력을 기울이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4년 국가 차원의 반도체 기금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영어명 빅펀드)을 설립한 중국은 각종 부패 스캔들에도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長江存儲科技·YMTC), SMIC를 육성해왔다.
대기금의 1기 기금 규모는 1천380억위안(약 25조1천900억원)이며, 2019년 설립된 2기 기금 규모는 2천억위안(약 36조5천억원) 이상이다.
상하이시도 자체 반도체 기금을 조성해 현재 285억위안(약 5조2천억원) 규모로 키웠다.
'제조 허브' 광둥성도 110억위안(약 2조79억원) 규모 '광둥 반도체·집적회로산업 투자 펀드 Ⅱ'를 설립했다.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서방이 디리스킹으로 옥죄는 상황에서도 끝내 '굴기'할 것이라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