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 부담 높은 건 걸림돌
韓·美 증시 조정…삼성전자 3%대 급락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27% 하락한 7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3.93% 떨어진 13만6800원에 마감했다. 이밖에 포스코퓨처엠(-5.68%), 삼성SDI(-4.39%), POSCO홀딩스(-3.18%), LG에너지솔루션(-3.14%) 등 2차전지주도 많이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2.34% 하락한 2607.31에 마감, 2600선을 겨우 지켰다.전날 미국 증시에서도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다. 2일(현지 시각) 미국에서는 AMD가 5.99% 급락했고 애플도 3.58% 떨어졌다. 이어 엔비디아(-2.73%), 메타플랫폼스(-2.17%), 마이크로소프트(-1.37%), 아마존(-1.32%), 알파벳A(-1.09%) 등도 줄줄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1.63% 떨어진 14,765.94에 장을 마쳤다.
기술주 조정은 시장 금리가 반등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선물 금리는 전일(미국 시간 1일) 대비 0.094%포인트 오른 3.903%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기술주 급등이 시장 금리 진정에서 비롯된 만큼 금리가 오르자 기술주가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과 반도체주에 대한 부정적 이슈도 나스닥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가 전날 아이폰15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조정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대 중국 수출이 네덜란드 정부에 의해 부분적으로 취소됐다는 소식도 반도체주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증시 반등 이어질 것…저가 매수 기회"
증권가에서는 최근의 금리 상승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가격에 반영해 놓은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이 공격적이었고, 따라서 단기적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금리 하락 추세가 변한 건 아니고 반등의 강도 역시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중국 양회 특수까지는 충분히 누릴 수 있을 전망"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다음 달까지는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의 조정은 매수 기회"라고 했다. 중국 양회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뜻하는 말로, 모두 오는 3월에 열린다.
애플과 ASML 이슈와 관련해서도 이 일이 기술주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보다는 이번 주 발표를 앞둔 주요 경제지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오는 5일 밤 발표되는 미국 고용보고서가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면 증시가 조정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3일 밤에 나오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와 구인·이직(JOLTs) 보고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증시 급등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진 건 아킬레스건이다. 미국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F PER)은 지난해 초 16.7배에서 연말 19.5배로 급등했다. 국내 코스피200 지수의 12MF PER도 최근 10.97배를 기록해 지난 9월 2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