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켈레, 엘살바도르 갱단 척결·비트코인 투자로 주목…2월 재선 유력
밀레이, 아르헨 경제난 타파 목표 개혁 속도…이웃국가엔 추종 정당 등장
'부켈레와 밀레이'…온건좌파 득세 중남미서 우파 아성될까
중남미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브라질 대통령 취임으로 정점을 찍은 온건 좌파 정부 물결(핑크 타이드)의 위력적인 기세 속에, 독특한 캐릭터의 두 정치인이 역내 보수우파 진영의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42)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53) 대통령이 그 주인공으로, 두 사람 모두 혜성처럼 자국 정치판에 등장해 대권을 거머쥔 뒤 주변국에 강력한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영향력 확대 가능성이 주목된다.

'부켈레와 밀레이'…온건좌파 득세 중남미서 우파 아성될까
◇ '갱단 저승사자' 부켈레 리더십, 주변국서 벤치마킹
중남미 지형상 '북부'에 해당하는 엘살바도르에서 2017년 신당인 '누에바이데아스'(새로운 생각) 창당 후 돌풍을 일으키며 2019년 대선에서 당선된 부켈레 대통령은 강도 높은 '범죄와의 전쟁'과 부패 척결 정책으로 국민에게서 90% 안팎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법정화폐로 채택하고서 국가 예산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이어가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비트코인 투자의 경우 한동안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결정에 비난이 쏟아졌지만, 최근 시세 상승 덕분에 '남는 장사'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nayibtracker.com)를 보면 이날 현재 이 나라는 투자액의 약 0.24% 가량 이득을 얻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2024년 2월 4일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몇 주 전 국회로부터 권한대행 체제 승인을 받은 뒤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야당에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어서 재선이 유력하다.

친(親)정부 성향 대법원 헌법재판부의 "재선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으로 '5년 임기 대통령 연임 금지' 헌법 조항을 우회하기까지 한 그는 여대야소 국회 상황까지 더해져 사실상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부켈레와 밀레이'…온건좌파 득세 중남미서 우파 아성될까
한때 자신의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독재자'라고 적어 놓으며 자신에 대한 각계 비판을 냉소적으로 반박하는 부켈레 대통령식 통치는 온두라스와 에콰도르 등 주변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만성적 치안 불안에 시달리던 국가들은 대규모 교도소 건립 같은 부켈레 정책 '따라 하기'에 나섰다.

다니엘 노보아 아신(36) 에콰도르 대통령은 해상 교도소 설치에 나섰고, 좌파 성향의 시오마라 카스트로(64) 온두라스 대통령도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섬 교도소 건설 등 이른바 '부켈레 모델'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페루 등 좌파 정권 국가에서는 우파 정치인들이 부켈레 대통령의 여러 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부켈레와 밀레이'…온건좌파 득세 중남미서 우파 아성될까
◇ 우루과이에 등장한 '밀레이 추종 정당'
중남미 남부에선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려 온 밀레이 대통령이 오랫동안 주류 좌파 정부 국정 시스템에 적응돼 있던 사회상을 오른쪽으로 돌려놓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1983년 군사정권 종식 이후 이 나라 정치사를 지배한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 집권 세력을 하원 입성 2년 만에 누르고 대권을 차지한 밀레이 대통령은 "1만5천%대 인플레이션 재앙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를 앞세우며 보조금 삭감, 국영기업 민영화, 거리 시위 제한 등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에서 일거에 대격변을 추진 중이다.

물가 급등과 불확실성 증대, 여론 수렴 없는 수많은 규정 변경 시도에 대한 거부감으로 집권 초반 지지율이 떨어져 있지만, 현지에선 그의 핵심 지지층이 쉽게 와해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밀레이 추종자'들도 이웃 나라에서 정치 세력화하고 있다.

우루과이에서는 최근 밀레이 소속당(자유전진당)의 이름을 딴 '자유당'이 창당하고, 2024년 총선 후보 등록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20∼30대 청년을 중심으로 구성된 우루과이 자유당은 "현실적이고 독립적인 대안 정당"을 자부하고 있는데, 임시 당 대표를 비롯해 당원들이 밀레이를 '이상적 모델'로 삼고 있다고 인포바에 등은 보도했다.

루이스 라카예 포우(50) 우루과이 현 대통령은 보수 계열이지만, 우루과이 자유당은 중국과 긴밀하게 교류하는 현 정부를 향해 "진정한 자유주의적 국정 운영은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24년 중남미에선 2월 엘살바도르에 이어 5월 파나마 및 도미니카공화국, 6월 멕시코, 10월 우루과이에서 각각 대선이 예정돼 있다.

베네수엘라도 연내에 선거를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