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④"어린이들 오는데 냄새나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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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 자동화로 생산성 높이고 냄새는 저감…착유도 로봇이 수행
분뇨 자동 스크래퍼→저장 탱크→퇴비·액비 분리 부숙→거름으로 환원
농장 체험 프로그램에 한해 3만명 방문…문화행사 어우러진 농장이 목표
[※ 편집자 주 = 품질 좋고 안전한 고기를 국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은 매일 현장에서 위생적인 가축 관리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 기후 등 급변하는 환경문제는 우리나라 축산업계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악취 문제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덜고, 더 깨끗한 사육환경에서 가축을 키워내려는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문홍길 축산환경관리원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 중인 축산농업 현장,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이 이른바 '명품 농장'으로 인증한 환경친화축산농장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 '젖소가 착유 로봇 앞에 줄을 서 있다?'
최근 환경친화축산농장으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농도원목장.
용담저수지 근처 14만㎡ 부지의 대규모 농장에 젖소 150여마리가 뛰어노는 이곳에서는 축사 건물 안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젖소가 줄을 선 장면이었다.
젖소는 어떻게 알고 로봇 앞에서 차례로 줄을 설까.
비밀은 바로 축사 자동화·전산화에 있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10년가량 직장 생활을 한 황병익 농도원목장 대표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선친이 1973년 문을 연 이 농장을 1990년 가업으로 이어받은 그는 이듬해까지 1년여간 농장 자동화·전산화에 투자했다고 한다.
"젖소는 하루 16시간 이상을 누워서 지냅니다.
누워 쉬는 곳과 먹는 곳을 분리하고, 먹은 후 다시 누워 쉬는 곳으로 가려면 착유 공간을 거쳐야 하도록 '원웨이 프리스톨' 방식으로 축사 구조를 바꿨더니 젖소가 자유롭게 쉬고, 먹고, 착유하는 생활을 반복하게 됐죠."
하루 2번가량 젖을 짜야 하는 낙농업의 특성을 고려해 2009년부터는 착유 로봇까지 도입했다.
그때부터 노동력은 종전과 비교할 때 반의반도 채 들지 않았다.
착유 로봇은 차례로 제 위치에 선 젖소의 몸에 레이저 빔을 쏴 젖꼭지를 찾고, 물로 씻은 후 착유기를 달아 착유하는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했다.
젖소마다 목걸이에 달린 '개체 인식칩'을 통해 착유 시점과 착유량 등을 자동으로 데이터화했다.
이를 분석해 아직 착유할 때가 되지 않은 젖소는 먹은 후 착유 공간이 아닌 쉬는 공간으로 다시 갈 수 있게 선택적으로 열리는 게이트까지 설치했다.
데이터화한 자료는 젖소의 개체별 생산량 조절까지 자동으로 하다 보니 생산성은 갈수록 향상됐다.
황 대표는 "농장 운영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00년대 초반에 약 6년간 낙농경영인회장을 맡은 적이 있다"며 "당시 확인한 자료로 볼 때 우리나라 낙농업 생산성은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농업 생산성 향상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에는 업계 최고 영예로 볼 수 있는 금탑 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황 대표는 "축사라고 하면 일단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곳이란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라며 "하지만 자동화·전산화를 통한 시설 개선에 냄새 저감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축사 방역 상황 때문에 젖소가 있는 공간과는 유리 벽으로 분리된 곳에서 취재가 이뤄졌지만, 축사 주변은 물론 건물 안에서도 악취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냄새 저감에도 공학도 출신 농장주가 운영하는 농도원목장만의 자동화 비법이 있었다.
축사 바닥에는 젖소의 분뇨를 2시간마다 자동으로 긁어내 1차 저장 탱크로 보내는 자동 스크래퍼가 설치돼 있었다.
이렇게 저장 탱크로 옮겨진 분뇨를 고액분리기를 활용해 고형의 퇴비와 액체 상태의 액비로 분리하는 것이 2차 작업이다.
퇴비는 부숙장으로 옮겨져 소규모 굴착기를 활용해 계속 뒤집어 주면서 자연 발효시키고, 액비는 공기를 계속 불어 넣어 주는 호기성 발효에 미생물까지 투입해 부숙시킨다.
액비 탱크 주변에서는 악취가 날 법도 한데 가까이에서도 아무런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부숙된 퇴비와 액비는 전량 주변 초지와 방목장 등에 뿌려져 대부분 거름으로 활용된다.
가축 분뇨가 농장 내에서 처리 과정을 거쳐 토양으로 환원되는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이 정도로 냄새가 없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황 대표는 "환경친화농장 지정을 위한 현장 실사 과정에서 검사원이 암모니아 측정기를 들고 젖소들이 있는 축사 내부 냄새를 측정했는데 '0'으로 나왔다"며 "젖소가 사는 축사에서 아무 냄새가 없을 순 없겠지만 우리 목장은 어린이들이 체험 프로그램을 하러 오는 곳이다 보니 냄새 저감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송아지 우유 주기, 치즈·아이스크림 만들기, 트랙터 타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드넓은 목장에 12월에도 푸른 호밀이 크는 수려한 경관, 목장 초입에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2층짜리 'MILK SCHOOL' 건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곳에는 한해 방문객이 3만명에 이를 정도다.
문화 행사를 접목한 목장 문화 콘텐츠 개발이 향후 목표라는 황 대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오페라 아리아 공연을 열었고, 2010년에는 금난새 지휘자를 초청해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우리 농장의 가장 큰 목표는 인간과 자연이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갖추는 것"이라며 "넓은 공간에서 적정 수의 개체를 사육하고, 배출되는 분뇨는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앞으로 축산 농장이 갖춰야 할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농도원목장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목장,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문화공원처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분뇨 자동 스크래퍼→저장 탱크→퇴비·액비 분리 부숙→거름으로 환원
농장 체험 프로그램에 한해 3만명 방문…문화행사 어우러진 농장이 목표
[※ 편집자 주 = 품질 좋고 안전한 고기를 국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은 매일 현장에서 위생적인 가축 관리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 기후 등 급변하는 환경문제는 우리나라 축산업계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악취 문제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덜고, 더 깨끗한 사육환경에서 가축을 키워내려는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문홍길 축산환경관리원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 중인 축산농업 현장,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이 이른바 '명품 농장'으로 인증한 환경친화축산농장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 '젖소가 착유 로봇 앞에 줄을 서 있다?'
최근 환경친화축산농장으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농도원목장.
용담저수지 근처 14만㎡ 부지의 대규모 농장에 젖소 150여마리가 뛰어노는 이곳에서는 축사 건물 안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젖소가 줄을 선 장면이었다.
젖소는 어떻게 알고 로봇 앞에서 차례로 줄을 설까.
비밀은 바로 축사 자동화·전산화에 있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10년가량 직장 생활을 한 황병익 농도원목장 대표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선친이 1973년 문을 연 이 농장을 1990년 가업으로 이어받은 그는 이듬해까지 1년여간 농장 자동화·전산화에 투자했다고 한다.
"젖소는 하루 16시간 이상을 누워서 지냅니다.
누워 쉬는 곳과 먹는 곳을 분리하고, 먹은 후 다시 누워 쉬는 곳으로 가려면 착유 공간을 거쳐야 하도록 '원웨이 프리스톨' 방식으로 축사 구조를 바꿨더니 젖소가 자유롭게 쉬고, 먹고, 착유하는 생활을 반복하게 됐죠."
하루 2번가량 젖을 짜야 하는 낙농업의 특성을 고려해 2009년부터는 착유 로봇까지 도입했다.
그때부터 노동력은 종전과 비교할 때 반의반도 채 들지 않았다.
착유 로봇은 차례로 제 위치에 선 젖소의 몸에 레이저 빔을 쏴 젖꼭지를 찾고, 물로 씻은 후 착유기를 달아 착유하는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했다.
젖소마다 목걸이에 달린 '개체 인식칩'을 통해 착유 시점과 착유량 등을 자동으로 데이터화했다.
이를 분석해 아직 착유할 때가 되지 않은 젖소는 먹은 후 착유 공간이 아닌 쉬는 공간으로 다시 갈 수 있게 선택적으로 열리는 게이트까지 설치했다.
데이터화한 자료는 젖소의 개체별 생산량 조절까지 자동으로 하다 보니 생산성은 갈수록 향상됐다.
황 대표는 "농장 운영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00년대 초반에 약 6년간 낙농경영인회장을 맡은 적이 있다"며 "당시 확인한 자료로 볼 때 우리나라 낙농업 생산성은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농업 생산성 향상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에는 업계 최고 영예로 볼 수 있는 금탑 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황 대표는 "축사라고 하면 일단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곳이란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라며 "하지만 자동화·전산화를 통한 시설 개선에 냄새 저감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축사 방역 상황 때문에 젖소가 있는 공간과는 유리 벽으로 분리된 곳에서 취재가 이뤄졌지만, 축사 주변은 물론 건물 안에서도 악취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냄새 저감에도 공학도 출신 농장주가 운영하는 농도원목장만의 자동화 비법이 있었다.
축사 바닥에는 젖소의 분뇨를 2시간마다 자동으로 긁어내 1차 저장 탱크로 보내는 자동 스크래퍼가 설치돼 있었다.
이렇게 저장 탱크로 옮겨진 분뇨를 고액분리기를 활용해 고형의 퇴비와 액체 상태의 액비로 분리하는 것이 2차 작업이다.
퇴비는 부숙장으로 옮겨져 소규모 굴착기를 활용해 계속 뒤집어 주면서 자연 발효시키고, 액비는 공기를 계속 불어 넣어 주는 호기성 발효에 미생물까지 투입해 부숙시킨다.
액비 탱크 주변에서는 악취가 날 법도 한데 가까이에서도 아무런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부숙된 퇴비와 액비는 전량 주변 초지와 방목장 등에 뿌려져 대부분 거름으로 활용된다.
가축 분뇨가 농장 내에서 처리 과정을 거쳐 토양으로 환원되는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이 정도로 냄새가 없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황 대표는 "환경친화농장 지정을 위한 현장 실사 과정에서 검사원이 암모니아 측정기를 들고 젖소들이 있는 축사 내부 냄새를 측정했는데 '0'으로 나왔다"며 "젖소가 사는 축사에서 아무 냄새가 없을 순 없겠지만 우리 목장은 어린이들이 체험 프로그램을 하러 오는 곳이다 보니 냄새 저감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송아지 우유 주기, 치즈·아이스크림 만들기, 트랙터 타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드넓은 목장에 12월에도 푸른 호밀이 크는 수려한 경관, 목장 초입에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2층짜리 'MILK SCHOOL' 건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곳에는 한해 방문객이 3만명에 이를 정도다.
문화 행사를 접목한 목장 문화 콘텐츠 개발이 향후 목표라는 황 대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오페라 아리아 공연을 열었고, 2010년에는 금난새 지휘자를 초청해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우리 농장의 가장 큰 목표는 인간과 자연이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갖추는 것"이라며 "넓은 공간에서 적정 수의 개체를 사육하고, 배출되는 분뇨는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앞으로 축산 농장이 갖춰야 할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농도원목장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목장,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문화공원처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