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준비·운영 탓에 국제대회 파행…여야 책임 공방
새만금 예산 대폭 삭감에 반발 거세…일부 복원 일단락
[잼버리 그 후](상) 새만금 예산 '싹둑'…정쟁 소용돌이
한여름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줬다.

부실한 대회 준비와 허술한 운영 탓에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 이후 열린 첫 국제대회는 더 이상 입 밖에 꺼내선 안 되는 '금기어'가 됐다.

대회 기간 가장 큰 고통은 전 세계 140개국에서 온 4만여명의 청소년과 지도자가 겪었다.

부푼 꿈을 안고 밟은 미지의 땅 새만금은 그들에겐 폭염과 해충이 들끓는 불모지로 기억될 만큼 열악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에 참가자들은 그늘 하나 없는 매립지에서 줄줄이 쓰러졌다.

오물이 넘쳐나는 화장실과 턱없이 부족한 샤워장, 물웅덩이에서 창궐한 모기떼는 대회 내내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국제대회가 파행을 겪자 정치권과 중앙·지방정부는 '네 탓' 공방을 시작했다.

여권에서는 개최지의 안일한 대회 준비를 문제 삼았고, 야권은 예산과 권한 대부분을 지닌 중앙정부의 잘못을 추궁했다.

잼버리가 성공했다면 서로 공을 앞세우며 축배를 부딪치기 바빴겠지만, 이제 절대로 잘못을 떠안아선 안 되는 '치킨 게임'이 됐다.

감사원이 대회 파행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대대적 감사에 착수했고, 시민·사회단체는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고발을 이어갔다.

가장 큰 반향은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무더기 삭감이었다.

대회가 끝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지난 8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예산안 발표는 전북지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새만금 신항만과 고속도로, 철도, 국제공항 등 기반 시설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예산이 잘려 나갔다.

새만금 관련 예산 부처반영액은 애초 6천626억원이었지만, 기획재정부 심사를 거치면서 1천47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역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전북 지역구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새만금 SOC 예산안을 '잼버리 보복'으로 규정하고 국정감사 등에서 정부를 성토했다.

전북도의회 또한 의원들의 삭발과 단식 투쟁 등을 통해 예산 삭감의 부당함을 알렸다.

급기야 전북 도민과 출향민, 시민·사회단체 등 4천여명은 지난 11월 국회 앞에서 상경 대회를 열고 '전북 희생양 만들기' 중단과 새만금 예산 정상화를 호소했다.

[잼버리 그 후](상) 새만금 예산 '싹둑'…정쟁 소용돌이
잼버리 파행을 둘러싼 정쟁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무렵, 정치권은 내년도 새만금 예산을 국회 단계에서 3천17억원 늘려 4천513억원으로 확정했다.

한병도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새만금 발전에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평했고,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공항 예산 편성으로 새만금은 정상궤도로 달려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북도는 여야 협치로 새만금 사업을 정상화했다며 지역 정치권의 공을 추켜세웠지만, 칼질당한 예산안을 바라보는 도민 시선은 곱지 않다.

결과적으로 2천억원 넘는 예산이 잘려 나가 장기간 계획했던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른다.

새만금이 있는 군산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신영대 의원은 이번 국회 본회의 예산안 표결에서 기권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100% 복원되지 않은 예산안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며 후폭풍 여지를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