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군인이 집필 주도해…文정부 때는 민간 대학교수 집필진
외교문제 기술하면서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 조율도 안 해
'전량 회수' 군 정신전력 교재, 어떻게 집필됐나
국방부가 고유 영토인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군 장병 정신교육 교재를 28일 전격 회수하기로 하면서 문제의 교재가 어떻게 제작됐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5년마다 개편된다.

이번에 개정 발간된 교재는 문재인 정부 시절 기본 교재와 마찬가지로 큰 틀에서 국가관·안보관·군인 정신 등 3개 분야를 유지하되, 안보관을 대적관으로 바꾸면서 분량이 수십 쪽 늘었다.

집필진은 김수광 국방부 정책기획관(육군 소장)과 김성구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육군 준장)을 비롯해 총 10명이다.

두 장군을 제외하고는 장성급이 아닌 중위부터 대령까지 현역 군인과 군무사무관이 이름을 올렸다.

2019년 발간된 교재가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수원보훈지청장을 지낸 노영구 국방대 교수, 김영수 서강대 교수, 최영진 중앙대 교수 등 박사학위와 관련 분야 전문성이 있는 민간 학자들이 집필한 것과 달리 현역 군인·군무원으로만 집필진을 채운 것이다.

감수진과 자문위원에도 차이가 있다.

현 교재는 대학교수와 오랜 기간 외교·안보 분야를 취재해온 언론인 등이 참여해 군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다.

감수·자문진에 현역 군인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펴낸 새 교재는 자문 인력 10명 중에서 육·해·공군·해병대 공보정훈실장 등 현역 군인이 40%를 차지했다.

감수에 민간 대학교수들이 참여하긴 했으나 국방부 국제정책차장과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정신전력원 군교수 등이 대거 함께했다.

상명하복이 뚜렷한 군 조직 특성상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학술적 토론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집필진은 여러 가지 기준을 가지고 심의 등을 거쳐서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 때처럼 민간 교수들에게 집필을 맡기면 보수와 진보 구색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면 서로 합의가 안 되고 교재 발간이 늦어진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결국 속도감 있게 집필하기 위해 현역 군인들이 집필하고 외부 자문을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국방부는 우리나라와 주변국 역사, 각종 외교 문제 등을 기술하면서도 관련 부처에 자문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독도에서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라고 기술한 국방부 교재가 만들어질 때 협의가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방부 관련 교재에 대해서는 부처 간의 아직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2019년 교재를 집필한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신전력 교재의 내용이 정책 기조를 따라가면 정치화 우려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