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인력을 줄이고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축소하고 있다. 자금난에 맞서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프로젠 휴마시스 등이 인력을 대폭 줄였다. 진단업체인 휴마시스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권고사직 방식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3분기 기준 직원은 151명으로 전년 동기(298명)의 절반 수준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체인 에이프로젠은 올초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인력을 감축해 왔다. 직원 약 100명이 퇴사했다.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기반 신약 개발사인 지놈앤컴퍼니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전체 임직원의 약 30%를 감축할 계획이다.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공급하는 종근당바이오도 지난 8월부터 실적 악화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수개월치 월급이 밀린 곳이 적지 않다”고 했다.

‘파이프라인 다이어트’도 한창이다. 개발 진도가 빠르거나 성공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는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연구개발을 보류하거나 매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임상 1a상을 마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BBT-176의 개발을 중단했다. 건국대에서 도입한 안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BT-212의 개발도 멈췄다.

네오이뮨텍은 면역세포 증폭제 NT-I7의 위암(임상 2상), 고위험 피부암(임상 1b·2a상), 교모세포종(임상 1상) 등 3개 적응증의 임상을 중단했다. 고바이오랩은 면역질환 치료제 KBLP-007의 호주 및 국내 임상 2a상을 자진 취하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 바이오업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정비를 줄이는 것 외에는 자금난을 극복할 방도가 없다”며 “인력 구조조정, 개발비 축소 등으로 생존 모드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