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의 배신?…국경 닫는다더니 영국행 이민행렬 급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순이주,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의 2배…찬성파 "브렉시트의 배신"
EU 출신 이주민은 감소…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의 유입은 늘어
수낵 정부, 르완다정책·비자 강화 등 대응…노동시장에 긍정적 평가도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당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이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영국으로 유입되는 이주자들은 기록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리시 수낵 정부가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르완다 정책'이 인권 논란 끝에 개시조차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주민 유입이 급증하자 국경 강화를 위해 브렉시트에 찬성한 쪽에서는 '배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르완다 정책은 영국에 온 난민 신청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낸 뒤 르완다 정부의 심사를 받아 난민 등 지위로 현지에 정착하거나 제3국에 난민 신청을 하게 하는 내용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 들어온 사람이 나간 사람보다 74만5천명 많아 순이주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수치를 다룬 기사에 "브렉시트 배신이 이제 완성되다"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17만4천명이나 홍콩 출신 영국 해외여권 소지자 12만5천명이 일시적인 증가를 일으키기는 했으나 이를 감안해도 영국은 브렉시트 전보다 인종적, 민족적으로 더 다양해졌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새로운 이민 제도가 2021년 1월 시작됐는데, 이에 따라 달라진 것은 이주민들의 구성이다.
런던 식당에서 일하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젊은이들은 줄어든 반면, 인도나 필리핀 출신의 의사와 간호사는 늘었다.
폴란드 배관공은 줄었고 나이지리아 대학원생은 늘었다.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사람 수는 2013년 3만3천명이었는데, 10년이 지난 현재는 25만3천명으로 8배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이주민 유입이 영국 병원과 양로원, 대학이 돌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조너선 포테스 킹스칼리지런던 경제공공정책학 교수는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의 약속은 기술과 임금에 기반을 둔 차별없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며 "이는 그들이 한 어떤 것보다 제대로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수낵 총리로서는 지금과 같은 이민 행렬은 부담이다.
브렉시트 초기 찬성론자였던 수낵 총리는 "영국 해협에서 이민선을 멈추겠다"고 약속했고, 그의 내무장관을 지낸 수엘라 브레이버먼은 영국 남부 해안으로 망명 신청자들이 몰리자 '침공'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보수당 정부 인사들의 이같은 강경한 어조는 2019년 총선에서 "브렉시트를 마무리하겠다"는 공약을 믿고 보수당에 승리를 안겼고 여전히 이민 문제를 중시하는 일부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기록적인 순이주에 직면한 영국 정부는 이같은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영국 내무부는 이달 숙련 노동자 동반가족 비자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장관은 "EU를 떠남으로써 우리는 누가 영국에 들어올 수 있는지 통제력을 얻었지만, 영국인 노동자들이 약화되지 않고 공공서비스가 압박받지 않도록 이런 숫자를 낮추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독립 자문기구인 이민자문위원회는 이주민 수가 향후 몇 년 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정책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 탓에 영국인 의료진이 NHS에서 이탈하는 것과 관련해 자문위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정부에는 합법 이민의 '적정 수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이민을 둘러싼 논쟁 중에도 영국인 상당수는 기록적인 이주민 유입에 느긋한 모습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런 측면에는 영국이 숙련된 노동인력에 부족을 겪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롭 포드 맨체스터대 정치학 교수는 "사람들이 병원 응급실에서 (이주민 증가를) 알아차리지만, NHS가 위기 상황이기에 개의치 않는다"며 "도시에서 고숙련 유색인종 전문가들을 보는 것과 시골에서 비숙련 동유럽 이주민들을 보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U 출신 이주민은 감소…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의 유입은 늘어
수낵 정부, 르완다정책·비자 강화 등 대응…노동시장에 긍정적 평가도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당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이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영국으로 유입되는 이주자들은 기록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리시 수낵 정부가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르완다 정책'이 인권 논란 끝에 개시조차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주민 유입이 급증하자 국경 강화를 위해 브렉시트에 찬성한 쪽에서는 '배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르완다 정책은 영국에 온 난민 신청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낸 뒤 르완다 정부의 심사를 받아 난민 등 지위로 현지에 정착하거나 제3국에 난민 신청을 하게 하는 내용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 들어온 사람이 나간 사람보다 74만5천명 많아 순이주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수치를 다룬 기사에 "브렉시트 배신이 이제 완성되다"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17만4천명이나 홍콩 출신 영국 해외여권 소지자 12만5천명이 일시적인 증가를 일으키기는 했으나 이를 감안해도 영국은 브렉시트 전보다 인종적, 민족적으로 더 다양해졌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새로운 이민 제도가 2021년 1월 시작됐는데, 이에 따라 달라진 것은 이주민들의 구성이다.
런던 식당에서 일하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젊은이들은 줄어든 반면, 인도나 필리핀 출신의 의사와 간호사는 늘었다.
폴란드 배관공은 줄었고 나이지리아 대학원생은 늘었다.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사람 수는 2013년 3만3천명이었는데, 10년이 지난 현재는 25만3천명으로 8배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이주민 유입이 영국 병원과 양로원, 대학이 돌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조너선 포테스 킹스칼리지런던 경제공공정책학 교수는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의 약속은 기술과 임금에 기반을 둔 차별없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며 "이는 그들이 한 어떤 것보다 제대로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수낵 총리로서는 지금과 같은 이민 행렬은 부담이다.
브렉시트 초기 찬성론자였던 수낵 총리는 "영국 해협에서 이민선을 멈추겠다"고 약속했고, 그의 내무장관을 지낸 수엘라 브레이버먼은 영국 남부 해안으로 망명 신청자들이 몰리자 '침공'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보수당 정부 인사들의 이같은 강경한 어조는 2019년 총선에서 "브렉시트를 마무리하겠다"는 공약을 믿고 보수당에 승리를 안겼고 여전히 이민 문제를 중시하는 일부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기록적인 순이주에 직면한 영국 정부는 이같은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영국 내무부는 이달 숙련 노동자 동반가족 비자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장관은 "EU를 떠남으로써 우리는 누가 영국에 들어올 수 있는지 통제력을 얻었지만, 영국인 노동자들이 약화되지 않고 공공서비스가 압박받지 않도록 이런 숫자를 낮추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독립 자문기구인 이민자문위원회는 이주민 수가 향후 몇 년 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정책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 탓에 영국인 의료진이 NHS에서 이탈하는 것과 관련해 자문위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정부에는 합법 이민의 '적정 수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이민을 둘러싼 논쟁 중에도 영국인 상당수는 기록적인 이주민 유입에 느긋한 모습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런 측면에는 영국이 숙련된 노동인력에 부족을 겪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롭 포드 맨체스터대 정치학 교수는 "사람들이 병원 응급실에서 (이주민 증가를) 알아차리지만, NHS가 위기 상황이기에 개의치 않는다"며 "도시에서 고숙련 유색인종 전문가들을 보는 것과 시골에서 비숙련 동유럽 이주민들을 보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