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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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윤동주.
그의 시를 좋아하지만, 민족시인이라는 호칭은 왠지 어색하다고 생각했었다. 시 '십자가'와 '서시'를 읽다보면 깊은 반성과 성찰로 고뇌하는 청년이 떠오르지만, 일제를 향한 저항으로 바로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은 가지 않고 글 따위는 왜 쓰느냐?" "의술을 배우면 사람을 살릴 수 있으니 훨씬 좋은 일 아니냐?"

문과대를 가려는 동주에게 아버지가 반대하며 한 말이다. 온순하던 동주는 밥을 굶으며 버텼다. 동주는 체제에 대한 타협, 굴종이 아닌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인생을 살고자 했다.
문학가가 되어 민족계몽운동을 실천하겠다는 꿈이 그것이었다.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건너서 마을로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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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에는 윤동주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영혼의 단짝 송몽규가 등장한다. '동주'는 짧게 빛나고 사라졌던 두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북간도 명동촌에서 둘은 1917년 같은 해애 태어난다. 몽규가 동주의 사촌형이었다. 그리고 1938년에 연희전문에 함께 입학한다. 대학 졸업 후에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명으로 형무소에 함께 수감되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함께한 친구인 셈이다.

그러나 윤동주가 온순하고 침착한 기질이었던 반면 송몽규는 과격하고 행동적이었다. 그리고 둘은 세상을 향한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던 것 같다. 동주를 아끼는 몽규는 “난 총을 들테니 넌 시를 쓰라” 고 말했다. 몽규의 말대로 동주는 엄혹한 시기에 한글로 시를 썼고 시집을 내려고 했다. 반면 몽규는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가기도 하고 유학시절에는 학생들의 리더로 적극 활동한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자못 흥미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시 '자화상'에 나오는 사나이가 시인 윤동주 자신이 아니라 송몽규를 지칭한다고.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동주는 자신과 다른 방식을 택한 몽규에게 양가감정 비슷한 걸 느끼면서도 결국 자신의 길도 몽규와 다르지 않음을 인정했던 게 아닐까.

윤동주의 시집은 원고를 보관하던 친구에 의해 사후에 발간된다. 결국 그의 시는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자신의 친구들을 포함한 당시 젊음들의 시대인식과 책임의식을 담은 것이었다고 봐야 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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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윤동주.

순수하고 선해 보이는 눈에 방 안에 틀어박혀 시만 썼을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러나 동주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실천하며 살아간 청춘이었다. '서시'는 본래 제목이 없었다고 한다. 시라기 보다는 마음의 다짐을 적어 놓은 글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그의 대표시가 되었다.
'서시'에서 그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


라고 적었다.

죽어가는 것.
잎새, 별, 생명들...
그 모든 것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

의사가 되지 않고 문학을 택하는 순간 그는 어쩌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원한 청년시인으로 남을 운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