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와 경찰, 감사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전관(前官) 영입에 나서는 쿠팡의 움직임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수년 새 ‘덩치’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발생하는 노사 갈등, 납품업체와의 법적 공방 등 각종 분쟁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의도다.

'전관 블랙홀' 된 쿠팡…검·경 출신 줄영입
올해 들어 쿠팡에 취업한 퇴직 공직자는 일곱 명이다. 경찰 출신 세 명, 검찰 출신 두 명, 감사원 출신 한 명,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출신 한 명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공보를 담당한 이혜은 전 부장검사는 지난 9월 쿠팡 경영관리실 전무로 영입됐다.

그는 2004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국가송무과 검사와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1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7월부터 서울중앙지검 공보관을 맡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의 언론 대응을 맡았다.

작년 6월 검찰을 떠나 김앤장에 합류했다가 쿠팡에 둥지를 틀었다. 올해 쿠팡으로 자리를 옮긴 경찰 출신 세 명은 부장급으로 근무 중이다. 감사원 출신 한 명은 쿠팡, 국가안보실 출신은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서비스에 각각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 5월에는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검찰과 김앤장에 몸담았던 홍용준 대표를 영입했다. CLS는 강현오(운영)·이선승(신사업)·홍용준(경영지원)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CLS는 4월 설립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조 산하 CLS지회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쿠팡에 퇴직 공직자 입사가 많아진 것은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전후다.

상장 이후 단기간에 고속 성장을 이어 오면서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등 사건·사고가 많아졌다. 여기에 노조 및 제조업체와의 상생 문제 등이 걸려 있어 전관 수요는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최근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플랫폼을 지정해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입법을 강행하자 이와 관련한 대관(對官) 인력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서도 “쿠팡 이사회 구성을 보면 대관 업무가 핵심”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쿠팡 공동대표를 맡은 강한승 대표와 박대준 대표의 이력만 봐도 그렇다. 강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뒤 김앤장에서 일한 인물이다. 박 대표 역시 LG전자 대외협력실과 네이버 정책실을 거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