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캔맥주. / 사진=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21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캔맥주. / 사진=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가끔 좋아하는 수입 캔맥주 브랜드가 할인 상품에서 빠졌다가 다시 포함되기도 하더라구요. 어떤 기준인지 항상 궁금했어요."

퇴근 후 맥주를 즐겨 마신다는 사승원(28) 씨는 편의점에서 4캔씩 묶어 할인 판매하는 캔맥주를 자주 구매한다. 그는 "두 달 전 집 앞 편의점에서 버드와이저 제품이 갑자기 할인에서 제외돼 아쉬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24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선 켈리, 카스 등 355mL 용량 국산 맥주가 할인에서 빠져 있었다. 같은 브랜드인데도 500mL 제품은 할인받을 수 있었다. 이 매장 직원은 "국산과 수입 가리지 않고 간혹 잘 팔리는 맥주인데도 잠시 할인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며 "할인 품목은 본사에서 정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약 10여년 전부터 시작한 '캔맥주 4개 할인' 마케팅은 지금까지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4개에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가격은 올랐지만 원하는 맥주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할인 품목을 선정하는 기준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캔맥주 할인 품목은 보통 편의점 본사 MD(상품 기획자)가 국산 맥주 제조사나 수입 맥주 수입사 등 협력사와 협의해 한 달 주기로 결정한다. 일반 소비자가 보기에 1년 내내 계속되는 행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 달마다 할인 품목과 가격 등이 새로 결정된다.

이때 만약 특정 제품 출고가가 올랐을 경우 할인 품목에서 제외하곤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할인 품목이라고 해서 납품 가격이 더 싼 것도 아니다. 편의점 본사가 마진을 덜 가져가고 판매율을 높이는 구조"라며 "대부분 협력사는 최대한 할인 품목에 제품을 넣기 원한다"고 전했다.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고르고 있는 여성. 사진에 나온 매장 및 인물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사진=이마트24 제공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고르고 있는 여성. 사진에 나온 매장 및 인물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사진=이마트24 제공
또 각 점포마다 재고 차이가 큰 제품도 불가피하게 할인 품목에서 빠지기도 한다. 만약 전체 재고가 부족한 한 맥주 품목이 이를 사전에 대량 발주했거나 유독 판매가 부진했던 특정 점포에만 몰려있다면 다음달 할인 행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 관계자는 "다행히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할인 품목을 알고 있던 소비자가 개별 점포를 들렸는데 재고가 없어 맥주를 사지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최대한 모든 고객에게 공평하게 할인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전 점포에서 판매가 가능하도록 할인 품목을 선정할 때부터 협력사가 예상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4캔 할인 마케팅에 대한 인기가 높다 보니 업계는 할인 품목을 점차 늘려왔다. GS25는 2018년 기준 60~70개였던 품목을 현재 150개까지 확대했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사실상 현재 판매되는 거의 모든 맥주가 할인되는 셈이다. CU는 이달 40개 협력사와 품목을 협의했다.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인 방식을 세분화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출고가가 낮은 맥주 제품을 2개에 3300원, 4개에 1만1000원에 판매한다. 이벤트성으로 한 종류 제품만 여러 개 사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계절이나 요일에 따른 할인 행사도 종종 진행한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