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현의 '물의 소리'(2023).
신제현의 '물의 소리'(2023).
한국 대표 ‘부자 동네’인 서울 강남에 있는 최고의 미술관은 어딜까. 유력 후보 중에는 청담동에 있는 송은도 있다.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자크 헤르조그와 피르 드뫼롱(헤르조그 & 드 뫼롱)이 지은 아름다운 건물, 최신식 시설, 국내외 현대미술 조류를 반영한 기획전까지, 좋은 미술관이 갖춰야 할 조건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가산점이 붙는다. 신진 작가를 시상하고 지원하는 ‘송은미술대상’ 프로그램을 2001년부터 운영한다는 점.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송은에서의 개인전 개최를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송은문화재단이 작품 2점(3000만원 상당)을 사준다.

혜택이 큰 만큼 심사는 엄정하고 경쟁은 치열하다. 이 상 최종 후보에 오른 20인의 대표작을 하나씩 전시하는 송은미술대상전이 그 자체로 수준 높은 전시이자 한국 미술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가늠자 역할을 하는 이유다.
이우성의 '보글보글 핫 팟'(2023, 왼쪽)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춤을 추지'(2023).
이우성의 '보글보글 핫 팟'(2023, 왼쪽)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춤을 추지'(2023).
지금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23회째 송은미술대상전도 그렇다. 올해는 남진우 문이삭 박웅규 박형진 백경호 배종관 신미정 신제현 유화수 이세준 이우성 이은영 임노식 장파 전장연 정서희 정진 허연화 황문정 황선정 등 작가 20인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 작품들이 나와 있다.

젊은 작가들을 모아둔 만큼 다른 전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조형과 톡톡 튀는 색채가 두드러진다. ‘대왕 오징어’를 그리는 남진우, 여성의 몸을 기괴하게 형상화하는 장파, 상큼하고 발랄하면서도 세세한 제스처와 표정 묘사가 살아있는 이우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장르의 다양성도 눈에 띈다. 전장연 작가는 동양화의 ‘난 치기’를 형상화한 철판 조형물 작품을, 정서희는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다룬 게임 형태의 다큐멘터리 영상 작품을 전시장에 내놨다. 신미정의 ‘타이완, 타향 그리고 타자’는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영상 작품이다. 대만계 한국 화교로 6·25전쟁 당시 국군과 함께 싸웠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조사해 영상에 담아냈다. 황문정은 전시가 열리고 있는 건물인 송은 건물을 모티브로 건축과 미술을 조화시킨 작품을 선보였다.
전장연의 '곡선 연습'(2023).
전장연의 '곡선 연습'(2023).
관람객은 3개 층을 이동하며 전시를 관람하게 된다. 미술대상을 위해 뽑은 작품들인 만큼, ‘젊고 잘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적인 주제의식이나 통일성이 없다. 그래서 전시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거나 집중력을 잃기 쉽다. 다행히 도슨트 투어가 준비돼 있으니 이용을 권한다. 휴무일인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하루 4회씩 열린다. 네이버를 통해 예약 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24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