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로 국내 은행들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가 대규모 손실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 규모만 1000억원대에 달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반등하지 않으면 손실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대 은행 해외 부동산 펀드 7400억…원금 손실 위험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잔액은 74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각각 1061억원, 151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투자금을 모아 해외 상업용 부동산 지분을 취득하거나 소유권을 확보해 발생하는 임대수입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고, 만기가 돌아오기 전 자산을 매각해 최종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부동산 매입 가격보다 매각 가격이 낮으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들은 펀드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공실이 늘어나고,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어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 당시 연 6~7%대 수익을 목표로 한 펀드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사 등 다른 경로로 판매된 펀드 규모를 고려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1년 전(71조5136억원)보다 5조4594억원 늘어난 76조9730억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개별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시장 현안·소통 회의에서 금융감독원에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 가능성과 각 금융회사 대응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